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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도'·'고려불화', 되찾아야할 최고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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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세종연간 시·서·화를 대표하는 15세기 기념비적 작품인 '몽유도원도'와 외국에는 많지만 우리한테는 없다시피 한 '고려불화'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되찾아야할 고미술 최고 걸작이다"

안휘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사진·남·72)의 말이다. 원로 미술사학자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안 이사장은 취임 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다. 재단은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 환수와 활용 민간 전담기구다. 지난 17일 문화재 환수와 관련,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원로 학자는 만나자마자 조금 기다려 달라며 "머리 좀 빗고 오겠다. 처음 봤는데 예쁘게 보여야지"라고 했다. 늘 우리 미술과 한국의 미(美)를 책으로 강연으로 전파했던 그의 첫인상이었다.

안 이시장은 "약탈되거나 우리한텐 없지만 외국에는 많은 문화재는 꼭 찾아와야 예술적, 역사적으로 규명할 수 있다"라며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고려불화'는 그 대표적인 예"라고 소개했다.

몽유도원도는 1592년 임진왜란 때 빼앗긴 문화재로 현재 일본의 텐리대학 중앙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1447년 안견이 안평대군의 명을 받고 그린 걸작이다. 예술과 풍류를 즐겼던 안평대군이 기암절벽과 구불구불한 냇가, 복숭아나무 숲에 떠오른 붉은 노을을 노니는 환상적인 꿈을 꾸고 안견에게 청한 그림이었다. 안 이사장은 "문화를 사랑하고 식견과 안목이 있었으며 경제력을 겸비한 안평대군 같은 사람은 다시는 안 나올 것"이라며 "그런 분과 당대최고 작가가 참여한 아주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려 불화에 대해 국내 국립박물관 소장 작품이 단 한 점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장 많이 소재한 곳은 일본으로 100여점이 넘고, 이외에도 미국, 유럽 등지에 고려불화는 퍼져있다. 안 이사장은 "고려불화는 당시 사찰마다 있었으니 수천점에 이르고 패턴화 돼 대량생산으로 그려졌는데, 국내 사립박물관과 미술관에 있는 게 전부니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국외소재 우리문화재 현황은 대략 15만점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중 일본에 있는 우리문화재는 6만5000여점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이외에 미국, 유럽, 중국 등지에도 수천~수만점씩 퍼져있다. 약탈 문화재 외에도 외교적으로, 개인 소장품으로 보내진 것들도 많다. 따라서 외국에 있는 우리문화재들이 현재 위치한 그 지역에서 우리문화를 알리는 매개체로 활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안 이사장도 "서양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공박물관들을 돌아보면 중국실과 일본실은 어디나 대부분 가지고 있지만 한국실은 거의 없다"면서 "있어도 소장품 내용이 매우 빈약한데 특히 순수미술을 대표하는 그림이나 조각이 드물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외국에서 개인소장품으로 공개되지 않은 것들은 문화·역사적인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는데, 이런 문화재들을 외국의 공공박물관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외국 박물관과의 협정이나 국가 간 교류 등 정책마련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문화재환수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표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정성을 쏟듯이 우리 문화재도 똑같다. 보살피고, 아껴야 겉돌지 않는다"며 "시민단체들이 애쓰는 환수와 지킴이 활동들에 경의를 표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연내 재단에 자문위원회를 꾸려 문화재 전문가 집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학계와 문화계 인사들 뿐 아니라 문화재를 홍보할 전문인력도 이에 해당된다. 내년부터는 조직체계를 확립하고, 문화재환수 관련 국외사례 조사와 현재 우리 문화재 현황과 환수방법 연구, 해외 문화재 교류 등을 전개토록 기초적인 초석을 다지는데 전념할 예정이다.

그는 "퇴직 후 공부와 저술에만 집중하려고 했고, 국민적 기대가 큰 역할임에도 단기간 실적이 나올 수 없는 자리여서 고민이 많았지만 '천여불수(天與不受)이면 반수기앙(反受其殃)'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글씨가 늘 마음에 있었다"며 "원만히 덕스럽게 일하면서도 초대 이사장으로 재단의 초석을 탄탄히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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