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은퇴5.0]우정사업본부장 지낸 후 '우표 프로보노' 이교용씨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우취연합회장직 맡아 세계우표전시회 준비 활동.. 학교에 우표취미반 만들고 복지사자격증 따 봉사활동도

[은퇴5.0]우정사업본부장 지낸 후 '우표 프로보노' 이교용씨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은퇴는 너무 갑자기 찾아왔다. 고위 공무원에서 한순간에 '실업자'가 된 그는 마음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충격을 이겨내려면 더 열심히 인생을 살아야한다"는 마음에서다. 방향은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나'를 위해서가 아닌 '사회'를 위해서 쓰자는 것으로 정했다. 그는 초대 우정사업본부장을 지낸 이교용 씨(59)다.

"2014년 세계우표전시회를 성공적으로 여는 게 목표입니다. 우표 업무로 저의 20대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60대엔 제대로 결실을 맺어야죠."
이 씨는 1975년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체신부 우표과 사무관으로 우표와 인연을 맺었다. 2003년 은퇴하기까지 28년간 우표와 동거동락했다. 수집품으로서 우표의 인기가 시들한 지금, 그는 '우표 역사의 맥을 이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했다.

"30대만 해도 소싯적 학교 다닐 때 우표 안 모아봤던 사람이 없었죠. 그런데 이제는 '소녀시대 우표가 나온다' 정도는 돼야 우표에 관심을 가지는 시대가 됐네요."

그렇다고 지나간 추억에 빠져사는 '옛 세대'는 아니다. 그는 우표 수집의 막강한 '교육효과'를 요즘 사람들도 잘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이 씨는 '프로보노(재능기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우선 한국우취연합회(우표 수집가들의 전국 규모 연합체) 회장부터 맡으며 우표 전도사로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학생들과 선생님ㆍ학부모들에게 우표의 가치를 알리고, 아이들에게 우표로 '나만의 작품'을 만들면서 거둘 수 있는 교육의 효과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울ㆍ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학교별로 우취반을 만들기 위해 교육청도 열심히 설득하는 중이다.

그는 "요즘엔 주5일제 수업이라 학교에서 토요일 특별반을 편성할 때 춤추고 노래하는 수업만 개설할 게 아니라 우취반도 만들라고 권유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정서적 안정을 얻고 더불어 학습능력까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지난해 전국우표전시회에서 대상을 받은 한 어린이는 우표 수집을 하며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도 고쳤다고 한다. 수많은 공룡의 탄생과 전성기, 멸종까지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에 맞는 전 세계 우표를 찾아 논문을 쓰든 우표를 모으는 과정에서 성격 변화, 사고 방식의 전환은 물론 학업성적 향상이라는 성과까지 거뒀다는 것이다.

이 씨는 우취반 어린이를 가르치는 전국 200여명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일년에 두번씩 교육도 한다. 그는 "우표 수집을 이젠 구식중의 구식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 주변에서, 우리 자식들이 우표 수집으로 훌륭한 성과를 지금도 거두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을 해야 할 선생님들을 잘 도와주는 것도 나의 책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호스피스 자원봉사, 요양 보호사, 발 마사지 관리사,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책 읽어주기 봉사, 노인복지사, 웰다잉 전문 지도강사 등 수많은 자격증을 땄고 산골이든 바닷가든 그를 불러주는 데면 무조건 쫓아다녔다.

장기적으로는 2014년 세계우표전시회 개최지 선정부터 올해 12월 문을 열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우표 전시 코너를 들어놓겠다는 계획 등을 세워놓고 있다.

"우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합니다. 세계우표전시회 개최가 확정된다면 국민들에게 각 나라의 사회상과 역사에 흥미를 느끼고 지식을 얻는 데 좋은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겁니다."

그가 우표에 미쳐 사는 것은 단지 '우표가 좋아서'만은 아니다. 25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사회로부터 받은 만큼,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사회에 되돌려 줘야 한다"는 책무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표는 그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잘 포장해 그 위에 붙이는 작지만 중요한 어떤 '표식'과 같은 것이다.

이교용 회장은 "은퇴 후 상실감에 시달리기 보다 오히려 나에게 수십년 동안 기회를 준 사회에 고맙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며 "그 은혜를 다시 사회에 돌려준다고 생각하니 내가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도 보이고 또 그만큼 나에게 오라고 하는 곳도 많아지더라"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