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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팡 2000만'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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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팡, 갈등팡, 불륜팡' 2000만 애니팡 신드롬의 그림자…초등학생 사이에 왕따 논란, 고부갈등의 원인 제공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직장인 A씨는 '배틀팡' 마니아다.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거나 저녁 회식을 즐길 때는 으레 애니팡 점수로 '물주'를 정한다. 애니팡 고수인 A씨의 매번 똑같은 제안에 동료들은 "불평등한 룰"이라고 항변해보지만 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점수가 낮으면 '패널티'를 감수해야 한다. 게임에서 졌다는 패배감보다는 주머니에서 돈이 새어나가는 상실감이 배틀팡의 슬픈 그림자다.

애니팡이 서비스 시작 두달 만에 사용자 2000만명이라는 신기록을 달성하면서 '팡 신드롬'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기분 전환이라는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하트 스팸과 중독이라는 부작용도 만만찮다.
패배감과 상실감을 안겨주는 배틀팡은 그나마 동료들간 친목다짐이라는 효과를 주니 애교 수준이다. 왕따팡, 갈등팡, 불륜팡 등 점수가 낮다고 상대를 무시하거나 지나친 몰입 때문에 갈등을 낳거나 하트를 빙자해 부도덕한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애니팡이 엉뚱하게 인간 관계의 갈등을 양산하는 것이다.

'왕따팡'은 초등학생들 사이에 애니팡의 인기가 폭발적이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다. 애니팡 사용자 2000만명 가운데 600만명 이상이 초등학생들이다. 서로의 점수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애니팡은 초등학생에게는 새로운 '신분'이다.

반장ㆍ 회장 등 학급 임원을 하기 위해서는 50만점 이상이 필수라는 웃지 못할 얘기마저 들린다.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B씨는 "아이가 무시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5만점 기록을 달성해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게임을 하도록 허락했다"며 "아이가 왕따가 되지 않도록 아이를 대신해 직접 게임을 하는 부모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애니팡은 고부갈등도 일으킨다. 이른바 '갈등팡'이다. 지난 추석 경기도 일산 시부모님을 찾아간 C씨는 애니팡 때문에 예상치 못했던 고부갈등을 겪어야 했다.

C씨는 설거지를 끝내고 윗동서와 소파와 파묻혀 애니팡 게임에 빠져있었는데 시어머니가 이를 못 마땅하게 여긴 것. 시어머니는 오랜만에 찾아온 며느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기를 기대했지만 정작 며느리 두명이 모두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며 게임에 빠져있었기 때문.

더욱이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시어머니는 애니팡이 무슨 게임인지도 모르는 상황. 며느리들은 할 일 다하고 본인들 게임을 즐겼다며 억울해 하기도 했지만 결국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호된 명절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애니팡의 또 다른 그림자는 '불륜팡'이다. 직장인 D씨는 최근 부하 여직원에게서 하트를 선물받고 적잖이 당황했다. 평소 제대로 대화조차 나눠본 적 없는 여직원의 친절에 마음이 설랬다. 감사 인사겸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며 애니팡 고득점 비결을 나누며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급기야 애니팡과 결별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애니팡 은퇴를 선언하며 유예기간 '은퇴팡'을 즐기는 유형이다. 직장인 E씨는 "화장실에서 잠깐씩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 좋아했는데 회사 사람들 사이에서 점수가 스펙처럼 돼 가고 있어 아예 그만두기로 결심했다"며 "일주일의 유예기간동안 은퇴팡을 즐긴 뒤 게임을 삭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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