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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FC에는 시민주 공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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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FC에는 시민주 공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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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안양 축구가 10년 만에 부활한다. 안양시민프로축구단(안양FC)의 2013시즌 2부 리그 참가가 10일 확정됐다. 들뜬 축구팬들은 벌써부터 안양FC의 시민주 구입을 서두를지도 모르겠다. 그간 시민주 공모는 시민 구단 창단 준비의 기본 전제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밝히면 안양FC는 시민주를 공모하지 않는다. 그동안 K리그 모든 시민구단은 주식회사 형태로 출범했다. 반면 안양FC는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출범한다. 프로축구 최초의 사례다. 김진호 안양시 전 비전기획팀장은 "현재 상무를 제외한 모든 1부리그 팀은 규정상 주식회사 형태다. 반면 2부리그는 주식회사와 재단법인 모두 허용된다"라고 밝혔다.
시민주 공모는 대형 스폰서 유치와 더불어 거액의 초기 자본금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못잖은 단점이 있다. 일단 재정 안정성이 떨어진다. 스폰서가 끊기고 적자가 누적될 경우 주식 공모금마저 상쇄되는 '자본 잠식' 상태가 발생한다. 이미 몇몇 K리그 시민구단이 겪고 있는 문제다.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K리그 막내' 광주FC만해도 두 차례 걸친 시민주 공모에서 23억 원을 모은 게 전부였다. 안양시 인구는 광주광역시 ⅓ 수준인 60만 명. 당장 내년에 창단해야 하는 촉박한 상황도 시민주 공모를 어렵게 했다.

또 안양엔 마땅한 향토 대기업이 없다. 따라서 대형 스폰서 유치가 힘들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내다보는 2부리그 연간 운영비는 40억 원 내외. 주식회사 형태로는 안양FC가 쉽게 마련할 수 없는 수준이다. "우리도 시민공모주 받고 대형 메인 스폰서 받아서 편하게 가고 싶었다"라는 김 팀장의 한숨도 이유가 있었다.

재단법인이 현실적 대안이었다. 주식회사는 법률상 자치단체 지원을 단 1원도 못 받는다. 반면 재단법인은 조례를 통한 시 자산 출자로 일정액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수원시청, 용인시청 등 재단법인 내셔널구단은 올해도 지자체로부터 각각 23억, 20억 정도를 지원받았다.
다만 이 결정이 안양FC의 창단을 더디게 만든 이유가 됐다. 시의회 내에서 '혈세 낭비'에 대한 지적이 나온 것. 축구단의 문화 및 여가 기여 측면을 배제하고 수익성만으로 판단하려는 시선도 걸림돌이었다. 결국 조례안 통과를 두고 수개월 간 불협화음 끝에 창단 첫 해 15억 원의 지원액이 결정됐다. 지원액은 2~3년 차 10억 원, 4~5년 차 5억 원으로 줄어든다.

당초 첫해 지원금으로 25억 원을 예상했기에 아쉬운 감은 없지 않지만, 당장 급한 건 창단 자체였다. 연맹은 내년도 2부 리그 창단팀에 한정한 '당근'을 제시했다. 창단 첫 해부터 스포츠토토 수익금 5~8억 원을 분배하고, 신인 우선지명권 등을 제공하기로 한 것. 안양FC로선 호기를 놓칠 수 없었다.

결국 창단은 결정됐지만 지원금과 스포츠토토 지원액 등을 제외하고도 부족한 자금은 20억 가까이 된다. 소규모라도 여러 스폰서를 발로 뛰어 얻는 수밖에 없다. 나아가 지자체 측의 '낙하산' 인사가 아닌, 축구에 정통한 인물들 위주로 프런트를 꾸리겠다는 계획이다. 전문적 경영을 통해 자금 낭비를 최소화한 효율적 운영을 꾀한다는 생각이다. 이 또한 재단 법인이기에 좀 더 용이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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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힘이 되줄 수 있는 건 역시 홈팬들의 관심이다. 김 팀장은 "안양은 연고이전 등을 거친 스토리가 있는 팀"이라며 "과거 K리그에서 가장 많은 평균 관중을 기록했을 만큼 도시 내 축구 열기도 뜨겁다. 2부 리그 때부터 많은 관심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장기적 비전도 있다. 유럽식 지역 밀착 마케팅의 도입이다. 김 팀장은 "안양에 여러 스포츠 구단이 있지만, 가장 큰 불만은 경기나 사인회 정도를 제외하면 지역 내에서 선수들 만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한 뒤 "각종 행사 및 자원봉사로 선수-시민 간 접점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동네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선수들이 안양을 위해 뛰고 있다는 점을 어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부 리그 승격 시엔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연간 운영비도 2부 리그 때보다 배 이상 늘어난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1부로 올라갔을 땐 안양뿐 아니라 군포, 의왕 등 사실상 같은 생활권의 시민들까지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쳤다. 시민주 공모도 이 때 함께 진행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우수 선수 자원 확보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 김진형 프로축구연맹 경영기획팀 차장은 “내년도 2부 리그 신생팀에 한해 자유계약 5명, 드래프트 우선지명권 8~10장 등을 부여한다. 더불어 K리그 각 팀 보호선수 22명과 외국인선수를 제외한 나머지를 대상으로 무상임대 및 감면 이적료로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신인 우선지명은 젊은 유망주 확보란 점에서 큰 이점이다. 이들을 육성해 빅클럽이나 해외리그로 이적시킬 경우 거액의 이적료를 받을 수 있다. 김 팀장은 "선수 이적을 통해 초기 운영비를 조달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더 좋은 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양중, 안양공고 등 과거 축구 명문팀의 부활도 꿈꾼다. 안양LG가 떠난 뒤 우수 선수 배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학교들이다. 이들을 통해 풀뿌리부터 좋은 선수를 발굴해 나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브라질 아틸레티코 소로까바와 자매결연도 맺어 우수 외국인 선수 공급을 약속받았다.

김 팀장은 안양의 벤치마킹 대상 중 하나로 J리그 사간 도스를 꼽았다. 윤정환 감독 아래 올 시즌 1부리그로 승격,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팀이다. 그는 "도스 같은 소도시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팀이 나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올해 초 안양이 창단 노력을 기울이면서 2부리그 창단에 대한 기틀이 잡혔고, 그 덕분에 안산 등 다른 도시들도 적극적 창단 의사를 밝히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안양의 창단은 여러 모로 프로축구계에 새로운 도전이자 동기부여 요소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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