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잠실구장. LG는 홈에서 맥없이 삼성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지켜봤다. 10년째 어깨는 축 쳐졌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한 차례도 주연을 맡지 못했다. 순위는 계속 하위권을 맴돈다. 팬들의 간절한 바람도 물거품이 됐다.
LG의 연고지는 서울이다.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전체 인구의 1/4가량이 거주한다. 선수단이 높은 인기를 누리는 건 당연지사. 하지만 성적만큼은 좀처럼 오를 줄을 모른다. 지도자들의 능력 부족, 선수들의 근성 상실 등 다양한 이유가 제기된다. 과연 그럴까.
이 같은 현실을 알기에 선수단은 매년 죽기 아니면 살기로 최선을 다한다. 글쓴이는 2006년부터 2년 동안 LG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당시 동료들은 어느 선수단보다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단지 그들이 가진 재능은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구단의 수장이 야구를 잘 모른다. 사공도 너무 많다. 돕겠다고 자청하는 주위 인물 대부분이 매번 기대를 저버렸다. 이는 LG의 골수팬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LG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특히 내부에서 해결하려는 자세를 지양해야 한다. 공개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도 충분히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현대 야구는 과거와 다르다. 한두 명의 대어급 선수 영입만으로는 성적 상승을 이루기 힘들다. 올 시즌 한화가 그 예를 보여줬다. 박찬호, 김태균, 송신영 등을 영입하고도 순위는 최하위다.
LG는 내년 시즌 또 한 번 외칠 것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갈망을. 하지만 이를 외치는 순간 실패는 반복될 수 있다. 삼성이나 SK처럼 안정된 전력을 갖추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LG에게 필요한 건 따로 있다. 바로 미래를 준비하는 운영이다. 당장의 성적에 욕심을 내다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현 체계가 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10년도 그대로일 수밖에 없다.
LG는 1995년 프로야구 500만 시대를 이끌며 최고 인기 구단으로 우뚝 섰다. 여전히 아마추어들이 입단을 원하는 1순위 구단이기도 하다. 성적만 좋다면 홈 관중 150만도 넘볼 수 있는 구단. 그런 LG가 오프시즌 올바른 선택을 하길 간절히 기원한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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