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당국 및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초 후순위채 금리는 3.30%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환은행이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가 그 주인공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후순위채에 몰려든 결과다. 하지만 같은 달 하나은행이 발행한 3000억원 후순위채 금리는 3.37%로 7bp 상승한데 이어 전북은행은 1000억원어치 후순위채를 3.41%에 발행했다. 지난달 28일 후순위채를 선보인 국민은행은 3.40%에 5000억원어치를 발행해 관심을 모았다. 한달도 안돼 10~11bp가 오른 것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이 같은 금리 상승세와 관련해 채권 수요가 어느 정도 충족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의미하는데, 채권을 충분히 사들인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후순위채 수요가 줄어들면서 금리가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시중은행의 후순위채 누적 발행액은 6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액수인 6조원을 추월했다. 올해 9월까지 합칠 경우 7조원에 달할 정도로 발행 속도가 가파르다. 한국은행은 현 속도대로라면 올 연말까지 10조원에 가까운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후순위채는 은행들이 자기자본을 늘려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후순위채는 보완 자본을 늘리는 역할을 해 은행 건전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데, 내년부터 발행 비용이 높아질 경우 은행들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즉 바젤Ⅱ에서는 조건 없이 보완자본으로 인정을 받았으나 내년부터는 새로 선보이는 조건부자본에 대한 규제 요건을 갖춰야 보완자본이 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내 추가 인하할 경우 후순위채 금리가 다시 하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수요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릴 경우 후순위채 금리 역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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