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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민주통합당 도종환 의원 정강정책 방송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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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민주통합당 도종환 의원은 27일 우리나라 청년들을 향해 "담쟁이처럼 손잡고 이 시대의 벽을 넘어 새 시대의 문을 열자"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기획단 기획위원이며 '담쟁이 시인'으로 잘 알려진 도 의원은 이날 MBC 정강정책 방송연설(제목 : 다함께 벽을 넘읍시다! - 이시대 청년에 고함)에서 "양극화, 취업난 등 현실의 벽이 너무도 많고 또 높다"며 "벽에서도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기어이 그 벽을 넘고 마는 담쟁이처럼 절망적인 환경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꾸자"고 독려했다.
도 의원은 "요즘 청년들은 역사상 가장 많은 것을 배우고 있으면서도 역사상 가장 가난하다"며 "부모들이 청년이었을 때는 가난했어도 빚은 없었지만 지금은 빚 때문에 결혼, 출산, 내 집 마련을 포기한다는 '3포 세대'가 청년을 가리키는 말이 돼버린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성세대로서 이런 세상을 물려 준 것이 미안하다"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누구의 잘못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도 의원은 "우리 민주당은 경제, 산업, 교육, 복지 등 모든 분야의 정책이 일자리를 중심에 두고 기획되고 집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며 "경제 성장의 과실을 국민 대다수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힘든 현실을 혼자서 견디지 말고 민주당이 내민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자"며 자신의 시 '담쟁이'를 낭독했다.

아래는 연설문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도종환입니다.

가을입니다.
추분이 지나면서 살에 와 닿는 바람의 느낌이 다릅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위, 과수원을 지나가던 태풍과 무수한 낙과
그리고 망연자실하던 시간을 생각합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고요히 익어가고 있는 과일을 바라봅니다.
한 알의 사과 안에는 지난여름의 폭염과
비바람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한 개의 작은 대추 속에도
태풍과 번개의 두렵고 무섭던 시간이 스미어 있습니다.

지난여름 우리도 힘들었지만
한 개의 과일도 들국화 한 송이도
우리와 똑같이 힘들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런 순간들을 지나 그들도 우리도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면서 모두들 제 빛깔로 아름답고,
제 빛깔로 곱게 물들어갑니다.
그런 가을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사과 한 알 앞에서도 겸허해집니다.

이 깊어가는 가을
여러분께 세 편의 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시는 이생진 시인의「벌레 먹은 나뭇잎」입니다.
제가 먼저 읽어 보겠습니다.

벌레 먹은 나뭇잎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이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벌레 먹은 나뭇잎이나 채소 잎을 손에 들고 사람들은 뭐라고 합니까?
"어 벌레 먹었네."
그리고는 열에 아홉은 "버려!"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이 시속에서 말하는 이는 뭐라고 합니까?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고 합니다.
왜 예쁘다는 겁니까?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이기 때문에 예쁘다는 겁니다.
벌레가 먹은 게 아니라 벌레를 먹여가며 산 흔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똑같은 사물을 이렇게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벌레 먹은 잎을 벌레를 먹여 살린 흔적이라고 보는 것,
이건 연민의 눈으로 사물을 보는 방식입니다.
이런 연민의 눈, 이게 시인의 눈입니다.
연민의 눈으로 사물을 본다는 것은 시인의 눈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연민의 눈, 공감의 눈, 사유의 눈으로
사물과 세상과 사람을 보는 이를 시인이라고 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면 벌레 먹고 상처가 났는데
어떻게 예쁘다고 하겠습니까?
그러나 내 것만 지키려고
상처하나 없이 매끈하게 사는 방식도 있지만,
그런 귀족적인 삶보다는
나누고 베풀고 그러다 구멍도 나고 손해도 보면서,
공생하고 공존하는 삶도 아름답지 않느냐고 시인은 말합니다.

저는 정치도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연민의 눈으로 이웃을 바라보고,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며,
어떻게 치유해 나갈 것인가를 사유하는 정치,
힐링의 정치였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에 대해 너무너무 절망한 나머지
유서조차 남기지 않고 죽어간 22명의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들,
성적 때문에, 폭력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들,
벼랑 끝으로 몰리는 사람들,
그리고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
특히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이런 킬링의 정치가 아니라
힐링의 정치로 돌아가야 합니다.

역사상 지금처럼 양극화가 심했던 적이 있었던가 싶습니다.
부익부 빈익빈이 바뀌지 않는 채 대물림되고 있고,
다음 세대에서조차 뒤집을 수 없는
숙명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많이 가진 사람,
상위 1%의 사람들은 다 행복합니까?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더 많이 가지려는 강박에 시달리며 쫓기듯 살고 있기 때문에
그들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사회,
아무도 평안하지 않은 사회,
밀려 나지 않기 위해 더 많이 빼앗아 와야 하고,
아무리 숨이 차도 쉬지 못하고 계속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하는 사회,
모든 사람이 불안과 강박 속에 살아야 하는
이런 사회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을 슬픈 숙명처럼 여기며
무력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들은 얼마나 많습니까.

이제 며칠 있으면 추석입니다.
떨어져 지내던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
오랜만에 서로 안부를 묻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겠지요.

그러나 즐겁고 따뜻해야 마땅한 자리이지만
사실 마냥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닙니다.
이렇다 할 직장에 취직을 하지 못한 자식들은
부모님 뵙기가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다 참으며,
비싼 학비 대가며 오랫동안 고생하신 부모님께
늘 미안하고 죄스러워 부채감에 시달립니다.
부모는 부모대로 남보다 나은 스펙을 마련할 수 있도록
더 뒷바라지 해주어야 하는데,
자식이 취직 못한 것이
남만큼 뒷바라지 해주지 못한 탓인 것만 같아서
자식 보기 미안해합니다.

부모도 자식도 모두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서로가 미안하고 죄스럽고 때로는 원망스럽기까지 한 상황입니다.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모두가 잘못인 것 같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번 추석에 만나면, 자식의 손이라도 잡고

"괜찮아, 네 탓이 아니야. 네가 게으르고 무능해서가 아니야."

이렇게 말씀해 주시면 어떨까요?

청년들도 아버지 어머니가 최선을 다해서
자신들을 키워주신 걸 잘 압니다.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들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정치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저는 그들이 자신을 바꾸기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함께 나서기를 바랍니다.

요즘 청년들, 참 불쌍하다는 말 많이 하십니다.
역사상 이렇게 많은 것을 배우고,
이렇게 오랫동안 학교나 학원에 다니며
수많은 자격증과 외국어 점수를 땄던 청년들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역사상 가장 가난한 청년들입니다.
취업준비생과 구직 포기자를 포함한
사실상의 실업자가 청년 인구의 20%를 넘는 실정입니다.
일부는 꿈을 간직한 채
노량진에서 고시원에서 컵밥을 먹어가며
시험 준비에 열중하지만
이 역시 불안하고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부모세대도 가난했습니다.
휴대폰도 없었고, 좋은 옷으로 멋지게 꾸미고 다니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부모 세대는 적어도 빚은 없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면 그에 합당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꿈도 있고 희망도 미래에 대한 계획도 있었습니다.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고 내 집 마련 적금도 부었습니다.

지금 청년들은 갚아야할 대출금을 안은 채 학교를 졸업합니다.
열심히 준비해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합니다.
제대로 된 일자리 대신 임시직 중심의 일자리만 늘려놨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빚을 갚느라,
사는 게 얼마나 팍팍한지 결혼은 물론 연애조차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오죽하면 결혼도, 출산도, 내 집 마련도 포기한
3포세대라는 자조의 말이 나왔겠습니까?

기성세대로서 이런 세상을 물려 준 것이
미안하고 또 미안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누구의 잘못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깊은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저희는 경제, 산업, 교육, 복지 등
모든 분야의 정책이 일자리를 중심에 두고
기획되고 집행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만들어 지는 경제 구조라야
경제 성장의 과실을 국민 대다수가 함께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자리가 곧 복지입니다.

당장 내일 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느라 오늘 밤도 편히 잠들지 못하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힘들더라도 꿈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언젠가는 활짝 꽃 피울 날이 반드시 있습니다.
들국화나 구절초는 봄 여름 다 지나고
늦가을이 되어서야 꽃을 피우지만
그 꽃들은 게으른 꽃이 아닙니다.
못난 꽃이 아닙니다.
어떤 꽃은 먼저 피고
어떤 꽃은 나중에 피는 겁니다.
우리는 다른 꽃보다
먼저 피는 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에 싸여 삽니다.
조금이라도 뒤처지는 것 같으면 조바심을 내고 불안해합니다.
그 불안과 초조는 시기와 질시, 자학과 원망을 낳습니다.

그러면 안 됩니다.
나도 망가지고 남도 망가뜨립니다.
어떤 꽃은 먼저 피고 어떤 꽃은 조금 늦게 피기 때문에
세상은 늘 꽃으로 아름다운 겁니다.
가을꽃은 늦게 피지만 황량하고 쓸쓸한 들판을
아름답게 바꾼 채 얼마나 곱게 피어 있습니까.

저도 그런 가을꽃 같은 사람입니다.
친구들이 벚꽃처럼 일찍 피어 주목받고,
박수 받을 때 눈에 띄지도 않는 풀꽃과 같았습니다.
그러니 언젠가는 꽃피우리라는 믿음을 버리지 마십시오.

부모님들도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믿고 기다려주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습니다.
먼저 피었느냐, 늦게 피었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름답게 피었느냐,
아름답게 살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습니다.
젖지 않고 피는 꽃은 없습니다.
흔들리면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겁니다.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따듯한 빛깔의 꽃을 피우는 겁니다.
그걸 지켜보며 기다려주는 것,
그게 사랑입니다.
민주통합당은 그 기다림이 꽃으로 활짝 피는 것을 도울 것입니다.

다음으로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신동엽 시인의 시 한편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산문시 1」이라는 시입니다.

산문시 1

신동엽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 리본 단 딸 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 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 역장 기쁘시겠오 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 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 병을 싣고
삼십 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가더란다

제목도「산문시 1」이고 내용도 산문시입니다.
시청자들이 보시기게 너무 길지 않을까 싶어서
중간에 여러 단락을 줄여서 읽었습니다.

대통령이 꽃리본 단 딸 아이 손을 잡고
백화점 거리에 칫솔 사러 나올 수 있는 나라,
대통령이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 병을 싣고
삼십 리 떨어진 시골길 시인의 집에 놀러가는 나라,
일찍이 그런 나라를 꿈꾸었습니다.

신동엽 시인은 이 시를 60년대 후반에 썼는데요,
여러분 이런 자전거 타는 대통령 보신 적 있지요?
저는 자전거 뒤에 손녀딸을 태우고 논길을 달리는
대통령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내 이웃 같은 대통령,
편안하고 따뜻하고 대화가 통하는 대통령,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 편이 되어주는 대통령,
앞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선거 때가 되면 공약을 내거는 대통령 말고
젊은 시절부터 그렇게 살아온 대통령,
정의롭게 살아온 대통령,
청렴하고 깨끗하게 살아온 대통령이
우리 옆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무총리가 휴가 여행 떠나는 기차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나라,
역장은 줄 선 총리를 보고도
그저 인사를 나눌 뿐 제 볼 일 보러
사무실로 들어가 는 특권 없는 나라,
반칙이 통용되지 않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드는 건 불가능 한 걸까요?

노동하는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운 나라
탄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뒷주머니에 헤밍웨이의 소설이나
기름때 잔뜩 묻은 럿셀의 인생론이 꽂혀 있는 나라,
노동하는 이들이 대접받고 삶의 질이 높은 나라,
저는 그런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게 아는 문화 국가,
그런 사회, 그런 나라를 만드는 건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은 불가능한 꿈일까요?
저는 그런 꿈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저마다 자기의 일자리가 있는 세상,
교육과 고용의 중심에 효율도 성과도 아닌 사람이 있는 세상,
누구나 복지의 혜택을 받으며 인간적 존엄성을 보장 받는 세상,
돈과 지위, 직업과 신분, 학력에 따라 차별 받지 않는 세상,
절대 다수의 국민이 행복한 세상.

저기 어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 땅에서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저희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사람이 먼저라는 확고한 국정 철학을 가지고
협력과 상생, 소통과 배려의 자세로,
이런 세상 함께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이 힘든 현실을 혼자서 견디지 마세요.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을 혼자서 꾸지 마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저희가 내민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갑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벽은 높습니다.
열심히 준비해도 취업의 벽을 뚫지 못합니다.
쉬지 않고 일해도 양극화의 벽을 넘지 못합니다.
애초부터 불공평한 기회의 벽에 부딪치고,
차별의 벽도 여전합니다.
열심히 사는 평범한 국민들을
좌절과 고통 속에 몰아넣는
현실의 벽이 너무도 많고 또 높습니다.

그러나 벽에서도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기어이 그 벽을 넘고 마는 담쟁이를 보십시오.
연약한 이파리들끼리 함께 손잡고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을 보십시오.
수천 개의 이파리들이 당당하게 살아남아
척박한 벽 위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풍경을 보고 있으면
문득 숙연해 집니다.

우리 모두 절망적인 환경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꾸는 담쟁이처럼
손잡고 이 시대의 벽을 넘읍시다.
함께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엽시다.
마지막으로 이런 제 마음을 담은 제 시 「담쟁이」를 읽어드리겠습니다.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여러분 함께 손잡고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저 벽을 넘읍시다.
감사합니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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