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현황 공개
삼성 등 8곳 총수 등재 없어
사외이사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5000건 중 13건
소액주주 의결권 행사도 3차례에 그쳐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삼성그룹에는 총 78개의 계열사와 354명의 등기이사가 있지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가족과 친족 중 등기이사로 등재된 사람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1명이 유일하다. 이럴 경우 총수집단이 경영권을 행사했더라도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 추궁이 힘들어진다.
◆대기업 총수 일가 이사등재 회피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발표한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46개 대기업집단의 전체 등기이사 5844명 중 총수일가는 535명으로 전체의 9.2%에 그쳤다.
지난해 8.5%보다는 0.7%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신규로 분석대상에 포함된 대기업의 이사등재비율이 기존 집단보다 높은데 따른 것이다. 기존 집단만 놓고 보면 이사등재비율은 전년에 비해 오히려 0.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부영그룹은 55명의 등기이사 중 총수일가가 17명으로 총수일가의 등기이사 비중이 30.91%로 가장 높았다. 10대 그룹에서는 한진이 16.43%로 가장 높았고 이어 GS(16%), 롯데(12.92%), 두산(11.57%)이 평균치 9.15%를 크게 웃돌았다.
공정위는 "전반적으로 총수의 이사등재비율이 낮다"며 "총수가 이사로 등재되지 않을 경우, 경영손실에 대해 주주가 손해배상 책임을 물 수 없게 되고 총수는 사익을 위해 경영권을 행사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비중 늘면 뭐하나···부결 안건 비중은 0.63%
총수일가의 독단적인 경영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외이사들의 활동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총수있는 대기업의 사외이사 수는 702명으로 전체의 48.3%를 차지했다.
사외이사란 회사에 상근하지 않고 이사회의 의사결정에만 관여하는 이사를 말하며 1998년 이후 외환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가 지목되면서 도입됐다.
그러나 사외이사의 기업 내 실질 영향력 행사는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1년간 대기업 283개 상장 계열사의 이사회 안건 5692건 중 사외이사의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13건(0.23%)에 불과했다. 거액 연봉만 받고 사실상 견제장치로서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내부거래위원회, 감사위원회 등 내부견제장치들의 도입수준은 지난해 보다 개선됐으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는 여전히 불명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를 심사하고 승인하는 내부거래위원회는 전체 238개 상장사 중 32개사가 설치했다. 전년보다 9개사가 늘었지만 비중은 13.4%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또 283개 상장사 중 93%에 달하는 222개사에서 이사회의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된 것으로 분석됐다.
◆소액주주 의결권 강화장치는 여전히 '미흡'
대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소액주주 의결권 강화장치 도입은 여전히 저조했다.
소액주주가 이사 선출 시 특정 후보에게 집중해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14개사로 지난해보다 4곳 늘어났다. 그러나 실제로 행사된 경우는 없었다.
서면투표제는 오히려 1개사가 감소했고 전자투표제는 지난해에 이어 단 한곳도 도입하지 않았다. 이에 최근 1년간 소수 주주권은 단 3차례만 행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김성삼 기업집단과장은 "사외이사 비중,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증가 등 총수일가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 수준은 높아졌다"면서도 "이들이 불합리한 경영관행을 적절히 제어하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다수 회사에서 이사회의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이 같은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되도록 자율개선 압력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김혜민 기자 hme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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