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脫프랑스 고민
공장가동 중단 감원 사태
'시한부 경제' 폭발 직전


[파리(프랑스)=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프랑스에 들어와 사업을 한지 15년이 넘었지만 최근처럼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방돔지역에 위치한 명품매장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방돔지역에 위치한 명품매장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예년 보다 이른 가을 추위와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는 파리의 흐린 날씨만큼 시간이 갈수록 프랑스 경제의 희망 불씨가 희미해지고 있다. 루이뷔통, 샤넬 등 유명 잡화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종이 사상 최악의 불경기에 신음하고 있는 것. 실업률이 10%를 상회하며 실업자 수가 300만명을 훌쩍 넘어섰고 GDP증가율은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0%에 머물렀다. 3분기는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호텔 관광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입도 예전만 못하다. 파리 시내 주요 호텔 수입의 65~70%를 차지하는 크고 작은 '컨벤션' 행사가 전성기의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일반 여행객들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도 예년에 비해 10%이상 감소했다. 관광산업에 파생된 직업군에 주로 종사를 해왔던 이민자와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에서 14년 이상 체류하며 여행사 가이드를 하고 있는 한국인 이상원씨(가명)는 26일(현지시간)"경기 후퇴 체감 속도가 올 들어 더 강하다"며 "프랑스에서 사업을 하는 한인들의 상당수가 탈(脫) 프랑스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자동차 소비의 경우 10개월 연속 신차 판매대수가 감소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8월 프랑스 신차 판매대수는 9만6114대로 전년 동기대비 11.4%나 감소했다. 올 상반기 르노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한 9억8600만 유로에 그쳤고 PSA 푸조-시트로엥 역시 8억1900만유로 적자를 기록했다. 푸조는 지난해 3500명 인력 감축에 이어 올해 9월 일부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8000명 감원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루브르 박물관 인근 한 커피숍에서 만난 한 한국인 유학생은 "프랑스 내국인들조차 취업할 곳이 마땅하지 않고 기업들 역시 과거만큼 고용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프랑스 학생들이 중등과정을 마치고 독립을 위해 아르바이트에 뛰어든다는 이야기는 과거의 무용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심화됨에 따라 프랑스 현지의 소비패턴도 급변하고 있다. 변화하고 있는 소비패턴은 '나눔', '실속형 소비', '지역 상품 소비', '중고제품 소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갑을 굳게 닫은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자동차를 구입하거나 직접 운전하기 보다는 출근길이 같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카셰어링'에 동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물물교환을 위한 벼룩시장이 파리인근 주택가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고 심지어 휴가중에 집을 바꿔 쓰는 사례도 있다.

프랑스 파리 시내 한 명품시계 판매점이 텅 비어있다.

프랑스 파리 시내 한 명품시계 판매점이 텅 비어있다.

원본보기 아이콘

실속형 소비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물건 한 개를 사면 추가로 하나의 상품은 얹어주는 '1+1' 상품이 증가하고 있고 까르푸 등 대형마트에 들러 물건을 대량구매하기 보다는 필요한 만큼만 소량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중고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제품군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과거 일부 명품 브랜드에만 국한됐던 중고제품관련 산업이 최근 자동차를 비롯해 휴대폰, 의류, 액세서리까지 확대되고 있다.

AD

무역업에 종사하는 프랑스 현지 한 사업가는 "사회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내부적으로 복지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늘고 있고 현지 기업들 역시 프랑스를 떠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이른바 프랑스 경제에 대해 '시한부'라는 평가를 내놓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프랑스 시장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삼성, 현대차 등 한국기업들이 유럽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이들 유럽국가들은 언제든지 자국의 산업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현지전략을 다시한번 꼼꼼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파리(프랑스)=임철영 기자 cyl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