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저詩] 이기철의 '첫 줄이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다' 중에서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첫 줄이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다/세상 안쪽이 다 만져지는 시를 쓰고 싶다//가보지 않은 마음에도 금잔화는 피고/안 보이는 길 끝에도 어제까지 없던 집이 새로 지어진다//사랑한다는 말은 사람의 말이지 풀들의 말이 아니다/말없이도 사랑하는 것이 세상에는 있다/미리 가난을 준비해 둔 풀잎이 저리도 행복해 보이는 것은/그들이 불행도 사랑하기 때문이다//나무에서 열매 떨어지는 소리는/어떤 악기로도 흉내 낼 수 없다/그 소리에 지구가 정숙해진다(......)

이기철의
'첫 줄이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다' 중에서

■ 처음 꺼내는 말이, 늘 가장 중요한 건 아니지만, 거기엔 침묵과 발언 사이의 저항을 이겨내는 파문(波紋)이 있다. 사랑이 생겨나던 어느 날, 그 사람에게서 처음으로 들었던 말. 별로 뜻없는 말이 귀를 타고 가슴으로 흘러들어와 내내 리플레이되던 감동을 기억하는가. 그 사람과 나 사이에 '말'이 있었고, 그 말은 그 사람과 나를 묶은 황홀한 지점이었다. 시인이 쓰는 첫 줄은 그 시의 독자가 받아내는 언어의 첫 눈이며 첫 귀이다. 첫 줄의 아름다움은 무심히 듣는 첫 빗방울 소리, 적막 속에 퍼진 가야금 첫 소리처럼, 마음 수면 위에 가만히 번져가는 것이 아닌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