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철의
'첫 줄이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다' 중에서
■ 처음 꺼내는 말이, 늘 가장 중요한 건 아니지만, 거기엔 침묵과 발언 사이의 저항을 이겨내는 파문(波紋)이 있다. 사랑이 생겨나던 어느 날, 그 사람에게서 처음으로 들었던 말. 별로 뜻없는 말이 귀를 타고 가슴으로 흘러들어와 내내 리플레이되던 감동을 기억하는가. 그 사람과 나 사이에 '말'이 있었고, 그 말은 그 사람과 나를 묶은 황홀한 지점이었다. 시인이 쓰는 첫 줄은 그 시의 독자가 받아내는 언어의 첫 눈이며 첫 귀이다. 첫 줄의 아름다움은 무심히 듣는 첫 빗방울 소리, 적막 속에 퍼진 가야금 첫 소리처럼, 마음 수면 위에 가만히 번져가는 것이 아닌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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