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BOOK]기술의 역사, 인간의 역사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과거와 비교하면 여성의 지위는 크게 달라졌다. 변화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60년대 촉발된 페미니즘 운동? 그러나 일부에서는 '세탁기'라고 말한다. 세탁기로 상징되는 가전제품의 발달은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상당부분 해방시켰고 사회 진출을 가능케 했다. 기술의 변화가 역사 그 자체임을 보여 주는 사례 중 하나다.

'미국 기술의 사회사'는 미국의 기술 발전 과정을 서술하는 동시에 사회사와 경제사를 기술의 시각으로 바라본 책이다. 저자는 인류를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영장류'라는 뜻의 '호모 파베르'로 정의하며 책을 연다. 도구와 기술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짓는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미국의 역사를 성장 동력이었던 기술과 묶어 설명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신생 국가 미국이 유럽을 제치고 세계의 '맹주'가 되었는지, 어째서 유럽과 미국의 경제 발전이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풀린다. 미국이 본격적 산업화에 접어들던 1780년대 무렵 미국 안에는 제조업 기반이라고 할 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 반면 영국은 1760년대부터 이미 팽창한 제조업 역량을 가지고 산업을 키워 가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단 40년만에 산업기반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고, 다음 40년이 지나자 영국을 압박할 정도로 성장해있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대가 낮고 숙련노동자가 적은 '신대륙'의 특성이 깔려 있다. 미국에서는 토지의 값이 쌌기 때문에 산업노동자 계급이 느리게 발달했다. 공장으로 일을 하러 온 사람들은 잠시 일하다 다시 돌아가 농사를 짓는 '뜨내기'들이 많았다. 그래서 초기 기업가들은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노동자들도 다룰 수 있는 기계와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새로운 설비에 투자하는 데 독일이나 영국의 자본가들보다 훨씬 적극적이었던 것이다. 또한 많은 양의 무기가 필요했던 미국 군대는 특수목적 기계 개발에 기꺼이 돈을 댔다.

산업화 초기부터 20세기 IT와 바이오테크놀로지(BT)까지 다루는 '미국 기술의 사회사'에서 드라마의 정점은 미국을 가로지르는 철도가 놓이고 혁신적 발명가와 기업가가 쏟아져나온 1820년부터 1920년 사이의 100년이다. 스티브 잡스가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던 토머스 에디슨과 이스트만 코닥을 비롯해 철강왕 카네기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가들의 이야기가 "인간사의 위대한 드라마 중 하나"로 등장한다.
저자는 미국인들이 산업화에 느끼는 특별한 감정을 풀어놓는다. "많은 학자들은 미국인들이 기술과 매우 특별한 로맨스에 빠져 있다고 말하곤 한다." 산업화는 미국을 최강대국으로 만들었다. "미국이 지닌 국가정신의 일부는 기술을 사랑한다." 그러나 산업화의 그림자는 또 그만큼 컸다. 지금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 중 하나다. 또한 산업화는 사람들을 기술 시스템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로맨스는 애증관계에 가까웠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폭넓은 설명은 책장을 덮은 독자들이 미국을 넘어 한국의 산업화가 한국인의 심리구조와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해하도록 만들고 있다.

미국 기술의 사회사/루스 슈워츠 코완 지음/김명진 옮김/궁리/2만 8000원



김수진 기자 sjkim@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 세종대왕동상 봄맞이 세척

    #포토PICK

  •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부르마 몰던 차, 전기모델 국내 들어온다…르노 신차라인 살펴보니 [포토] 3세대 신형 파나메라 국내 공식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