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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을 꿈꿨던 검사..정준길 "세상과 사람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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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지난 4ㆍ11총선을 계기로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한 정치초년병으로서 아침 출근시간에 대학 동기인 친구에게 전화를 한 문제가 이토록 상당기간 동안 언론과 국민의 관심 대상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고 그러기에 더더욱 당황스럽습니다."

'안철수 불출마 협박ㆍ종용' 파문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정준길(사진) 전 새누리당 대선 공보위원이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정 전 위원은 당초 이날 기자회견을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와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은 없고 기자회견을 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정 전 위원은 또 "언론뿐 아니라 세상과 사람이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며 정치권과 거리를 둘 것임을 시사했다.

정치인으로의 비상(飛上)을 꿈꿨던 검사. 정 전 위원 얘기다. 정 전 위원은 기존의 해명을 뒤집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와 택시 안에서 통화했다고 지난 12일 시인했다.
그는 금 변호사가 폭로 기자회견을 한 지난 6일 해명 기자회견에서 '제 차를 직접 운전하던 중 친구인 금 변호사 생각이 나서 전화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후 정 전 위원을 태웠고 금 변호사와의 통화로 추정되는 대화를 들었다는 택시기사 이모씨가 잇따라 언론과 접촉하며 증언을 했다.

이씨의 증언을 정 전 위원이 인정하면서 그의 최초 해명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가 오류였다는 게 드러났다.

정 전 위원이 검사일 때부터 알고 지냈다는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기자와 만나 "(정 전 위원은) 딱 검사 스타일이다. 말투나 행동도 그렇고…"라고 말했다.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율사 출신 정치인은 특유의 고압적이고 단호한 태도 때문에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이목을 끌거나 구설에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택시기사 이씨는 "'(정 전 위원이) 안 원장 대선에 나오지 말라, 나오면 다 죽는다'고 말했다", "친구 사이에 한 대화는 아닌 것 같다. 협박조로 들렸고 목소리가 굉장히 컸다"고 증언했다.

금 변호사의 주장과 비슷하다. 정 전 위원은 해명 기자회견 직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전혀 그런(협박) 의도가 아니었다. 친구와 농담으로 나눴던 얘기"라고 말했다.

이번 파문으로 정치권에서는 '택시 주의보'를 유념해야 한다는 말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흘러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적어도 택시 바깥 장면은 영상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 아니냐"며 "함부로 택시 타서 중요한 전화통화 했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씁쓸한 말이 돈다"고 전했다.

정 전 위원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6년 사법연수원을 수료(25기)한 뒤 부산지검 검사로 임용됐다. 정 전 위원은 이후 수원지검 여주지청을 거쳐 2000년 서울지검, 200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배치됐다.

정 전 위원은 서울지검 특수3부 소속이던 2002년 '패스21 사건'을 수사했다. 벤처기업 패스21 대표였던 윤태식씨가 주식을 뿌리며 정관계에 로비를 벌인 사건이다.

정 전 위원은 해명 기자회견에서 "'패스21 사건'을 통해 산업은행을 수사했기 때문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의혹 등 (안 원장 관련) 여러 의혹에 대해 수사의 연장선상에서 제가 잘 알고 있을 거라고 금 변호사가 생각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안 원장 관련 의혹에 근접해있다는 점 때문에 금 변호사가 폭로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취지로 보인다.

의혹의 고리는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이다. 안랩이 창업 초기 BW를 저가에 발행하고 안 원장이 이를 인수해서 이득을 봤다는 게 뼈대다.

안랩이 산업은행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 은행 간부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이들 의혹은 '패스21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금 변호사는 이런 의혹이 불거지자 "벤처투자의 대가를 받고 처벌받은 산은 간부의 비리는 안랩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산은 투자 관련) "세무당국 조사(2회), 금융감독원과 검찰에서 검토한 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내려진 사안"(BW 저가발행 관련)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정 전 위원이 '패스21 사건' 수사 과정에서 산업은행 간부들의 투자 행태를 들여다봤기 때문에 안 원장 관련 의혹에 관해서도 비교적 내밀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왔었다.

정 전 위원은 공보단 10명 가운데 유일하게 검사 출신이었다. 정 전 위원이 사실상 '안철수 저격수'로 기용됐다는 분석이 뒤따랐던 배경이다.

정 전 위원은 2005년 검사를 그만둔 뒤 CJ그룹 전략구매실장ㆍ경영전략지원담당 임원으로 일했다. CJ E&M 사외이사도 거쳤다.

전직 검사의 행보 치고는 독특하다. 정 전 위원은 지난 4ㆍ11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을 받아 출마했다.

정 전 위원은 선거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경험은 정치를 하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정치에 꿈이 있었고, 그래서 검찰을 나온 뒤 대기업 등에서 경험을 쌓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위원은 총선에서 낙선했으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여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대선후보 공보위원으로 발탁되며 중앙정치무대에 연착륙하는 듯했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1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구사이의 전화통화를 너무 침소봉대해서 그게 사찰이니 협박이니 공방을 벌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택시기사 이씨의 증언과 정 전 위원의 시인으로 난처해진 분위기다. 박 후보는 아직 입장의 변화가 없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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