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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전과] chapter 14. <왕세자 실종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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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전과] chapter 14. <왕세자 실종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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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의 특징
① 2005년 동명의 연극으로 시작한 이 작품은 사라진 왕세자의 행방을 찾는 추리극 속에 궁녀 자숙과 내시 구동의 러브스토리를 그렸다.
② 5년 후 초연된 뮤지컬은 미니멀한 무대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배우들의 움직임으로 관객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얻었고, 2011년 고궁뮤지컬로 선정되어 경희궁 숭정전에서 공연되었다.
③ 현재는 3번째 재공연이 진행 중이며 10월 2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계속된다.


조선판 셜록홈즈를 찾아봅시다: 감찰 상궁
나인들의 상벌을 담당했던 조선시대 감찰 상궁은 중전의 허락 없이도 종아리 때리기부터 유배까지 가능했던 권력자였다. 대대로 궁녀를 배출한 집안의 최 상궁 역시 감찰 상궁으로서 왕세자 실종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셜록 홈즈가 되어 추리극을 이어간다. 관객은 동궁전 숙직 내관이었던 구동을 쫓던 최 상궁의 눈을 통해 구동과 자숙의 관계를 가장 먼저 알게 되지만, 승은을 입은 자숙을 질투하는 그의 입을 통해 왜곡된 진실을 마주하기도 한다. <왕세자 실종사건>은 진실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진술과 상상을 반복하며 희극과 비극을 그려낸다. 특히 왕세자가 사라지던 순간 구동과 자숙 사이에서 벌어진 상황은 왕과 최 상궁, 하 내관 각각이 가진 다른 조각에 의해 비로소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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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과일: 살구
<왕세자 실종사건>에서 가장 다각적으로 쓰이는 것이 바로 살구다. 살구는 여름밤이라는 계절감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자숙과 구동 두 사람만이 공유하는 추억을 복기한다. 또한 사랑의 크기를 느끼게 하는 구동의 양물로, 외로운 왕의 안식처로도 쓰인다. 세자빈으로 간택된 마님과 입궁하는 자숙을 위해 구동이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살구를 따주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살구를 건네지 못했고, 정작 건넬 수 있게 되었을 때는 그로 인해 목숨이 위태로워졌다. 권력을 지닌 왕과 중전의 다툼, 최 상궁의 모함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의 희생을 담보로 잦아든다. 극본을 쓴 한아름 작가는 살구를 “사랑이고 미움이고 만남이고 헤어짐이고 웃음이고 눈물”이라 표현했다. 시큼털털한 작은 과일 하나는 정서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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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배우들이 흘리는 땀으로 음향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위 주의사항은 실제 티켓예매 사이트에 공지됐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관객들은 당황하기 시작한다. 무대 위에는 장기판 같은 방석 수십 개와 주황색 공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있기 때문이다. <왕세자 실종사건>을 지배하는 것은 상상력이다. 구중궁궐은 끊임없이 뛰는 배우들의 동선으로 표현되고, 살구나무는 연신 허공을 향해 점프하는 구동의 모습에서 살아난다. 눈이 아닌 마음으로 그려내야 하는 무대인만큼 관극이 쉽지 않지만, 그만큼 자신만의 배경을 만들어낼 수 있고 더 다양한 공간으로의 이동이 용이하다. 빈 무대를 빛과 소리, 움직임으로 채우는 서재형의 연출기법은 <왕세자 실종사건>에서 슬로우모션과 포즈, 추리를 위한 플래시백으로 효과를 극대화한다. 배우들의 발등을 감은 보호 장비와 땀으로 색이 변해버린 의상, 독특한 주의사항은 이 실험적 형식의 고됨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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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배워봅시다: ‘왕세자가 사라졌다’
추리극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왕세자 실종사건>의 100분은 긴박하게 휘몰아치는 리듬으로 가득하다. 북, 봉고, 잼배 같은 타악기가 다양하게 사용되고, 소극장을 가득 채우는 북소리는 하나의 큐가 되어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오간다. 국악 작곡가인 황호준은 국악 대신 재즈와 클래식, 팝을 이용해 넘버를 만들었고, 특히 구동과 자숙의 테마에는 하모니카를 사용해 그들의 사랑을 더욱 아련하게 표현했다. 개 짖는 소리, 새 소리, 바람 소리와 같은 음향효과가 배우들의 입을 통해 시연되는 만큼 휘파람으로 ‘새야 새야 파랑새야’ 부르기가 배우 오디션에서 중요하게 평가되는 지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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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학습: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
사랑은 어디까지 가능하게 하는 걸까. <왕세자 실종사건>의 구동은 자숙을 만나기 위해 고자가 되어 궁에,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재희(설리)는 태준(민호)을 만나기 위해 남장여자가 되어 남고에 들어갔다. 두 작품 모두 자신이 가진 성별의 기능을 스스로 거세하거나 숨김으로써 실체에 다가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상 모든 것이 한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그 사람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을 희생하는 것. 그것이 자숙을 향한 구동의 사랑이 무모하고 “멍청”해 보여도 눈물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이쯤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사랑은 어디에서 살 수 있나요. 손님 이건 뮤지컬이에요.
사진제공. 극단 죽도록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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