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고독 벗고 영원한 휴식을 찾아"..'프라즈마' 최태훈 개인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용접조각에 빛을 결합한 '프라즈마' 기법으로 잘 알려진 조각가 최태훈(남 48)씨가 인간의 욕망과 고독, 영원한 휴식을 테마로 한 스토리텔링 형식의 '투명인간(Invisible Man)' 시리즈를 내놨다.
갤러리 1층부터 3층까지 따라 올라가며 접하게 되는 이 시리즈물들은 생에 대한 묵직한 고백을 털어놓는다. 실체없는 투명인간은 옷으로 그 형상을 드러내며, 모든 관계와 일상을 버리고 해운대 바닷가로 배낭하나 맨 채 달려와 벤치에 앉는다. 또 지금껏 살아온 인생에 대한 참회와 슬픔, 고독, 고통과 허무를 벽에다 낙서하며 다시 지워나간다. 그리고 투명인간은 깊은 잠에 빠뜨릴 침대 이불속으로 들어가 영원한 휴식을 취한다.
지난 7일 파주 헤이리 갤러리이레에서 10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최태훈 작가를 만났다. 최 작가는 "성공이라는 세상의 잣대가 있지만 모든 사람은 자기 삶에서 늘 치열하고 고독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돼 있다"면서 "마음속에서 자기를 적대시하는 경우도 많고, 나이가 들수록 욕심과 욕망 그리고 역할을 점차 버려야할 때가 오는데 그것도 쉽지 않지만 결국엔 생로병사 안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통사고로 1년간을 병원에서 살면서 공기나 나무, 돌 이런 하찮은 것마저 달리 보인 때가 있었다"면서 "그런 경험들이 조각을 하는데 영감을 크게 줬고, 최근에는 극도로 양면성을 가진 나 자신에 대해 고민했고 이를 확장해 인간의 삶, 고독, 죽음을 이야기식으로 전개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독립 큐레이터 윤재갑씨 역시 "쇠를 지지고 뚫어서 항상 그 속에 환한 빛을 놓아두고 하던, 직관적이고 낙관적인 자신감에 차 있던 최태훈의 작업들이 이제는 어둠 속에서 희미한 절망과 상처를 얘기하고 있다"고 평하며 설명을 돕고 있다.
‘투명인간’은 그 동안 작가가 살아오며 자신을 구성한 자아들의 집합체이며, 또한 작가 자신임과 동시에 관객들이다. 최 작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소통과 단절, 욕망과 고독에 대한 고민을 이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최 작가는 "내면으로는 극도로 우울한 사람이 외면에서는 환한 미소를 지을 수가 있다"면서 "자신이 가진 양면성과 실존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왔다"고 덧붙였다.
전시장에서 본 인물상과 벤치, 침대 등 조각 작품들은 스텐레스 스틸과 빛 조명을 이용해 배치돼 있었다. 특히 모든 작품들에는 '프라즈마 기법'이 사용됐다. 이 기법은 최 작가가 지난 1999년 최초 선보인 것이다. 산소와 LPG가스를 이용한 기존 용접기법이 단순히 철을 절단해 붙이는 것이라면, 프라즈마 기법은 강한 공기압력으로 스텐레스, 동, 알류미늄 등 두꺼운 재질의 비철금속에 구멍을 뚫고 그림을 그려 조각내 이어붙이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그는 이 기법을 이용해 여러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특히 공공미술작품들이 많은데, 서울 을지로 3가역 지하철 입구에 세워진 거대한 인물상도 그의 작품 중 하나다. 특히 어둡고 밝음에 따라 작품이 뿜어내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이번 전시에 내놓은 '자고있는 투명인간'은 작품 앞뒤로 조명을 비치해놨는데 작품 앞이 어둡고 뒤에서 밝은 조명을 비추면, 숲속에 나뭇잎들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처럼 전혀 다른 느낌을 연출한다. 전체적으로는 얇은 낙엽의 입맥같아 보인다.
인물상은 그의 제자가 직접 옷을 입은 형태를 석고나 FRP(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로 본을 뜬 것에 프라즈마 기법으로 구멍을 내 그린 작은 조각들을 모두 용접해 이어 붙였다.
최태훈 작가는 경희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금호창작 스튜디오 1기 및 가나아트 아카데미 1기 입주작가로 선정 양주에 작업실을 열고 작품활동을 진행했다. 이어 미국과 프랑스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최 작가는 MBC구상조각대전 3,4회 모두 특선으로 수상,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김종영미술관의 '오늘의 작가'로 수상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에드윈갤러리에서 한국작가들과 그룹전을 진행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경기도립미술관, 전북도청, 내장산조각공원, 장성군조각공원 등 20여 곳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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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까지 문의 갤러리이레 031-94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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