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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늙었으니 이대로 살겠지만 아들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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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속 신증후군' 20대 탈모환자 매년 10%씩 늘어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몇 카락 밖에 남지 않은 머리카락이 아까워 빗질을 삼가고 손으로 대충 쓸어 정리하던 A(57)씨는 지난달 큰 결심을 하고 강남에 있는 피부과를 찾았다. 동창회에 갔다가 모발이식으로 몰라보게 젊어진 친구를 본 이후였다.

그러나 수술비가 500만원이나 된다는 걸 듣고는 이내 마음을 돌렸다. 대신 아들을 데려가기로 했다. 아들이 자꾸 취업면접에서 떨어지는 이유가 서른도 안 된 나이에 넓어지기 시작한 이마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남의 M피부과(탈모전문 클리닉)에 따르면 20대 환자가 최근 3년 동안 매해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병원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난 연말 이후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 탈모로 병원을 찾는 이들 중 상당수가 치료비를 감당할 여력이 안되는 20대 청년실업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서도 치료를 망설인다.

피부과 전문의 노윤우 원장은 "어느날 고시생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찾아왔는데, 너무 오랜기간 탈모를 방치한데다 당장 치료할 돈도 없는 상황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재 강남의 모발클리닉 내원환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젊은이들 사이에 탈모가 급격히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취업스트레스' 때문이다.

노 원장은 "머리가 빠진다며 찾아온 20대 대부분이 취업이나 진로문제로 고민하는 청년실업자"라고 했다. 당장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니 부모에게 손 벌리기도 어렵다. 때문에 병원조차 찾지 않는 탈모환자가 많은 실정이다.

특히 탈모 치료는 보험적용이 안된다. 따라서 탈모 환자의 경우 보통 한 달에 10만원 이상의 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 청년실업자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상의 한 탈모상담카페에도 자신의 모발상태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고 익명으로 자문을 구하는 20대가 줄을 잇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지 1년이 넘도록 직장을 못 구했다는 B씨(27·남)는 "면접시 첫인상이 중요한데 탈모 때문에 취업이 더 어려워졌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대학생인데 벌써 4년 넘게 정수리쪽 머리가 빠지고 있다는 C씨(28·남)는 "모발이식을 할 생각으로 여러 군데 병원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모발을 얼마나 많이 심어야 되는지, 치료비는 어느 병원이 저렴한지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20대 여자 탈모환자들의 상담요청 글도 빼곡했다. 여대생 D씨(24)는 "탈모가 시작된 것 같은데 치료를 생각하면 막막하다"면서 샴푸, 린스는 어떤 것을 써야하는지, 검은 콩을 먹는 게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해 경험자들의 자문을 구했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탈모가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초기 환자들에겐 주로 약을 처방하거나 탈모부위에 연고를 바른다. 필요할 경우 기계치료도 병행한다.



박나영 기자 boh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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