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동네의 아파트에 얼마 전 걸린 현수막이다. 오랫동안 재건축을 하느니 마느니 시끄럽더니 결국 진행을 하는가보다. 주민들의 숙원사업이 풀렸으니 기뻐할 만하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섬뜩해진다. 안전진단을 통과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해당 건축물이 낡고 오래돼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즉, 곧 무너질지 모르니 다시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축하할 일인가? 재건축 승인받기가 어려웠다는 것은 잘 안다. 그것이 해결되었으니 기쁜 마음 또한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본인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을까? 아무리 그래도 경축 현수막이라니….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장이나 건설현장 치고 '안전' 구호를 외치지 않는 곳이 어디 있는가. 안전담당자도 다 정해져 있다. 문제는 구호에 그친다는 것이다. 머리에는 안전모를 쓰고, 몸에는 안전조끼를 입고, 입으로는 안전구호를 외치지만 정작 일할 때는 대충대충 '이 정도는괜찮겠지'가 다반사다. 당장 큰 사고가 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거다.
반면 안전을 생명처럼 지키는 회사가 있다. 200년이 넘은 대표적인 화학회사 듀퐁. 그들은 회의나 교육 등 여러 사람이 모이면 모임 주재자가 반드시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건물 도면도를 보여주는 일. "자, 여러분은 지금 이곳 회의실에 있는 겁니다. 비상구는 이쪽 문으로 나가시면 바로 옆에 있습니다. 확인하셨죠?" 매일매일 근무해 비상구쯤이야 눈 감고도 찾을 수 있는데도 매번 확인을 한다. 왜? 안전이 중요하니까. 듀퐁의 신입사원 교재에는 이런 시나리오가 있다. '2명이 출장을 가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려는데 안전벨트가 한 명분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2대로 이동한다'다.비용이 아깝지 않냐고? 돈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니까.
얼마 전 창원의 한 화학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있었다. 그때도 어김없이 등장한 말이 '안전불감증'이다. 한두 명의 사소한 실수로 대형 인명피해가 나고 재산피해가 났다. 모르긴 해도 그 공장에도 필시 안전 구호가 있었을 것이다. 명심하자. 안전은 구호가 아니다. 생명이자 습관이다.
조미나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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