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잘 나간다는 청년기업가들은 대개 IT업계에 편중돼있다. 우리가 벤처기업이라는 말을 듣고 떠올리는 바로 그 전형적 사례들이다. 아닌 경우는 역시 세련된 디자인을 갖추고 트렌디한 취향에 호소하는 미끈한 제품들을 만들어내는 업체들일 것이다. '나는 스무살에 백만장자가 되었다'는 그래서 저절로 손이 갔다. '할머니의 잼을 팔아' 100만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기업을 키워낸 고등학생의 이야기란 진짜 전설이 아니겠는가.
도허티는 어렸을 때부터 사업에 뜻을 품은 소년이었다. 그는 10살때 시작한 '양계업'을 자신의 첫 사업으로 기억한다. 양계장에서 얻어 온 달걀을 부화시켜 암탉으로 길러냈고 이웃 사람들에게 또 달걀을 팔았단다. 이 사업은 늑대가 암탉을 모두 물어가는 동화적 사건으로 어쩔 수 없이 끝나 버렸지만,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키워 준 계기이기도 했다.
인생의 전기가 찾아 온 것은 14세 때의 일이었다. '할머니의 손맛을 살린 잼을 만들어 팔면 어떨까?' 할머니께 잼 만드는 법을 배운 첫 날, 그는 2파운드어치 설탕과 오렌지를 가지고 잼을 만든다. 식지도 않은 잼을 바구니에 넣어 방문 판매에 나섰다. 그 날 올린 수익은 4파운드. 슈퍼잼의 시작이었다.
이 책은 한 사업가의 성공기인 동시에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창업을 하려고 하는 젊은이들이 눈여겨볼 만한 조언이 가득하다. 언론사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광고는 어떤 방식으로 꾸려가야 할 것인지, 사업상 멘토를 만나는 것의 중요성과 고객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방법 등 작은 것까지 흥미롭게 기록돼 있다. 지금 당장 할머니의 부엌을 뒤져보자. 당신을 백만장자로 만들어 줄 아이템이 거기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스무살에 백만장자가 되었다/프레이저 도허티 지음/최기원 옮김/위츠/1만 2000원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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