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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재발방지 예방교육, "아직 한참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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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경남 통영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납치·살해사건은 성폭력 처벌과 관리 제도에 대한 논란의 불씨를 재점화했다. 특히 피의자 김점득(44)씨가 이미 전과가 있는 성범죄자라는 점 때문에 관계 당국의 성범죄자 사후관리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김씨는 2005년 62세 노인을 성폭행하려다가 피해자가 반항하자 돌로 내리쳤다. 강간상해죄로 4년간 실형을 살고 2009년 출소해 또 범죄를 저질렀다. 4년간의 실형은 그가 저지를 또다른 범죄를 '예방'하는 데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다.

성범죄는 재범률이 높다. 2010년 대검찰청 범죄 분석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성폭력 범죄로 기소된 사람들 중 재범자는 68%를 차지했다. 이 중 같은 성범죄로 기소된 동종전과자는 16%, 이종전과자는 84%다. 여성가족부가 2012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자 범죄 경력을 살펴 본 통계도 비슷하다. 전체 62.9%가 1회 이상의 범죄경력이 있었고 이중 13.4%가 성범죄경력이 있었다. 특히 강간범죄자의 재범비율이 15%로 가장 높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범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성폭력 예방정책에 무게를 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여성단체 관계자와 연구자 등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성폭력 방지 정책 중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분야로 응답자의 40%가 성폭력 예방정책을 지목했다. 범죄자 처벌정책(30%)보다도 앞서는 응답률이다.

예방교육은 크게 두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이미 범죄경력이 있는 범죄자 대상 치료 프로그램과 일반 시민을 비롯한 공교육 체계 안에서의 사전교육이다.

성범죄자 재범 방지 치료 프로그램은 최근 몇년간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에는 법원에서도 성범죄자 치료 프로그램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범죄자 판결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명령이 부과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여성정책연구소 윤덕경 연구위원의 말이다.
법무부는 성폭력범죄로 유죄를 받은 사람들에게 성폭력치료강의 수강 명령을 내릴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연쇄 성폭력 범죄가 일어나면서 2001년 55건에 불과하던 성폭행 수강명령 대상자 수는 지난 2009년 863건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서울남부교도소에 교정심리치료센터를 설치해 아동·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고위험군 성폭력사범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아동 성폭력사범 중 재범비율이 높은 수형자를 대상으로 300시간 이상 치료프로그램을 실시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90% 이상의 범죄자에게 50시간에 불과한 수강시간이 부과된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효과성은 아직 의문스러운 상황. 수강지도를 하는 인원의 전문성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성범죄자 재범방지 치료프로그램 연구에 대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는 "성범죄 원인과 대상자를 유형화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고 수강명령 집행을 위한 전문인력이 양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사회 전체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초중고교부터 성교육이 제대로 실시돼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지니는 것이 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현재 일선 학교에서는 학년당 10시간씩 성교육을 하도록 돼 있다. 이 중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2시간, 성매매 예방교육 1시간은 의무다. 2004년 경남 밀양에서 고등학생 44명이 여중생 자매를 장기간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난 '밀양 여중생 성폭행사건' 등 중고등학교에서 대형 성범죄가 터져나오며 강화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가 형식적 강연이나 비디오 상영 등으로 시간 채우기에 급급한 것이 사실이다.

"(성폭력 예방교육은)소규모로 여러 차례 진행해야 한다고 해도 반응이 없는 학교들이 많다. 그런 집단교육이나 일회성 교육은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서 우리는 예방교육 요청을 받아도 고사할 때가 많다. 제도화시킨 건 진일보한 조치지만 시행되고 있는 양태를 보면 보완이 필요하다."

백미순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아무리 잘 하는 명강사가 온다고 해도 강당에 모아놓고 한 시간 강의하는데 생각이 바뀔 아이들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지금 이뤄지는 성교육은 '면피' 수준이라는 얘기다.

사전 예방교육의 한계는 올해 초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아동·청소년 성폭력 방지 대책에서도 드러난다. 2011년 아동·청소년 성범죄 사건을 분석한 결과 강간범죄자 연령이 20대 이하에서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강간범죄자 중 20대 이하의 젊은 층은 1796명으로 절반이 넘는 50.6%에 달했다. 이 때문에 여성가족부는 대학과 군부대를 대상으로 성범죄 예방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조치를 내놨다.

아직까지 시행된 것은 없다. 군부대 대상으로는 각 부대에 신상공개 처분 등 아동성보호 제도를 알리는 홍보 리플렛을 보낸 게 전부다. 정기적 교육프로그램을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 여성가족부 설명이지만, 현재 교육이 가능한 시수는 대체로 1년에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다. 교육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이전에 성매매 관련 내용에 초점이 맞춰졌던 '성인지력 향상교육'시간을 대체해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시수가 너무 적긴 하다"고 인정했다. 대학에서 실시할 교육은 아직 윤곽이 잡히지도 않은 상황이다. 예산 배분도 거의 되지 않았다. 군 관련 교육에 홍보물 제작비용 3000만원이 할당된 것이 전부다. 20대 이하 범죄자가 절반이 넘는다는 현실과 이러한 예방대책은 괴리가 크다.

백 소장은 한편으로 "우리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성폭력상담소에 의뢰되는 건수 중 80%가 아는 사람에 의한 범죄다. 동네 문방구 아저씨부터 학원·학교 선생님까지 다 가해자에 포함된다. 그 중 고소를 제기하는 건 아무리 많이 잡아도 15%에 불과하다." 백 소장은 "고소를 해도 피해자가 비난을 받는 문화 때문에 법적 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재수없어서' 걸려든 유죄판결 받는 일부를 성범죄로 공개하는 게 전체 성범죄 축소에 얼마나 영향을 주겠냐"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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