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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박목월의 '청하(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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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하루를 버스에 흔들리며/동해로 갔다//선을 보러가는 길에/날리는 머리카락.//청하라는 마을에 천희(千姬)./뭍에 오른 인어는 아직도 머리카락이 젖어있었다//왜, 인연이 맺어지지 않았을까/따지는 것은 어리석다, 그것이 인간사./지금도 청하라는 마을에는 인어가 살고 있다./칠빛 머리카락이 설레는 밤바다에는 피리소리가 들리곤 했다.//지금도 유월 바람에 날리는 나의 백발에 천희가 헤엄친다/인연의 수심(水深) 속에 흔들리는 해초 잎사귀.

박목월의 '청하(淸河)'


■ 어느 6월 청하에서 천희와 선을 본 목월은, 마음에 있었는데도 인연을 맺지 못했다. 시인은 청하라는 지역 때문에 동해바다를 생각했고, 물에 젖은 듯 윤기나는 칠빛 머리카락을 지녔던 천희는 그곳에서 올라온 인어일 거라고 믿기 시작했다. 그 사랑이 백발까지 따라와 남기는 깊고 아픈 물거품. 천희를 생각하는 바다에 들려오는 피리소리는 신라의 만파식적이다. 세상의 모든 파도를 잠재우는 그 피리는 오히려 한 사람의 가슴 속에서만 파도를 돋운다. 천희, 이 여인. 백석에게도 그토록 긴 여운을 남기더니, 목월에까지 와서... 이번 '과메기 스토리텔링'에 천희를 부활시켜 놓았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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