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업체 수가 10년 남짓한 사이 두 배로 늘어났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바로 여기에 남동산단이 처한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0년대 초반 시작된 인천의 부동산 열풍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땅 값이 치솟자 점점 더 많은 업체가 임대업에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남동산단 전체 입주업체의 63%는 '세를 들어' 공장을 운영하는 임차업체다.
남동산단 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직원은 "2000년대 초반 만 해도 한 평(3.3㎡) 기준으로 땅값이 100만원 안팎 밖에 안됐다. 그러던 게 2005년인가부터 200만원 대로 오르더니 2009년엔 600만원 대, 심할 땐 800만원까지 올랐다. 땅 갖고 있는 업체 입장에선 경기도 안 좋은데 애써서 공장을 돌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임대공장이 늘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지원기관이나 은행, 물류센터 등 지원시설 면적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역시 2010년 기준 업체당 257㎡로 20여 년 먼저 조성된 경북 구미산단의 15분의 1에 불과하다.
가장 심각한 건 주차 문제다. 2009년 기준 남동산단의 주차면수는 1만4427면이다. 남동산단에 직장을 가진 인원으로만 따져도 다섯 명이 주차면 하나를 나눠써야 하는 꼴이다. 외부에서 물건을 싣고 들어오는 트럭들은 남동산단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차 댈 곳을 찾아 '전쟁'을 치러야 한다. 남동산단 입주업체들의 숙원이었던 화물터미널 건설사업은 지난 2008년 민원에 밀려 백지화돼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구매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 강모 씨(39)는 "한 달에 수 백 만원씩 임대료를 내가면서 공장을 돌리는 의미가 없다. 이제 20년 밖에 안된 공단이지만 30~40년씩 된 다른 지역의 낙후된 공단만도 못하다"고 말했다.
남동산단은 19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 제정으로 오갈 곳이 없어진 수도권의 중ㆍ소 제조업 공장들을 한 데 모으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업체수와 고용인원에서 인천 전체 산업단지의 70% 안팎을 차지할 만큼 남동산단은 지난 20년 양적 성장을 거듭해왔다. 여전히 제조업 중심인 인천 경제의 '엔진'인 셈이다.
하지만 열악한 기반시설에 입주업체만 급증하면서 남동산단은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 상황을 개선할 대안이 아직은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07년 인천시가 '산업재생을 위한 공장재배치ㆍ정비계획'을 세우면서 남동산단의 '혁신'을 꿈꿨지만 추진 3년 만에 포기하고 말았다. 수 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재원을 확보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정부의 시범단지 지정으로 시작된 '구조고도화' 사업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는 상태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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