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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건 오직 낮은 유가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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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있지만 유가 하락세 만큼은 시장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낮은 유가가 세계 경제의 희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가 하락세조차 세계 경제에 도움이 안 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 보도했다. 현재의 유가 하락세가 이대로 쭉 이어질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 유가 하락은 세계 경제의 희망이다
2분기 들어 경제 활동 및 가계와 기업의 신뢰도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유로 부채 위기에서부터 시작해 미국 재정의 불확실성(세금감면 혜택 중단 및 정부 예산 지출 감소 등), 미국 경제의 회복세 둔화,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조짐 등 악재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지난 6일 미국의 고용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유로존의 위기가 이미 유럽을 넘어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입혔다는 분석도 등장했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유로존, 중국, 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 또는 양적완화 등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통화정책을 내놨음에도 시장에서는 찬바람만 불고 있다. 경기부양적인 통화정책마저도 시장에서는 악화된 경제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읽혀지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경제에 남아 있는 호재로 손꼽혔던 것은 유가 하향세였다. 실제 지난 3개월간 유가는 거의 30달러가량 하향세를 보였다.

유가 하락세가 호재로 꼽히는 이유는,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하향세를 보일 경우에 소비자 물가(CPI) 역시 안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CPI가 안정될 경우 중앙은행들은 물가에 대한 불안을 덜고 통화 정책 완화에 나설 수 있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물가는 양적완화 또는 금리 인하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져 왔다.
실제 유가 하향세는 전세계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를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OECD 회원국 34개국의 물가는 지난 4월 2.5% 상승세에서 5월에 2.1%로 낮아져 지난해 1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JP모건의 이코노미스트인 조셉 럽턴과 데이비드 헨스리는 6월 세계 물가 상승률이 각국의 중앙은행들의 목표치를 종합한 2.6%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전망이 맞을 경우 연말에 세계 CPI는 중앙은행 및 JP의 예상치인 2.6%를 크게 하회한 2.1%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선진국의 경우에는 CPI에 대한 민감도가 더욱 크기 때문에 유가 하락세는 통화정책 완화 및 소비 증가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짐 오닐 골드만 삭스 자산운용 회장은 지난달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늘어나면서 올해 하빈가에는 소비 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유가와 세계 소비 지출 사이의 상관관계를 고려하면 소비 지출은 지난 10년 사이에 최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부담이 낮아지는 만큼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개선되면서 보다 왕성하게 소비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미국에서 셰일 가스가 생산되면서 에너지 가격의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유가 하락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세계 경제 구원? 유가 하락만 믿을 수 없다

장기 유가 동향과 무관하게 단기적인 유가의 흐름은 위아래 모두 열려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현재는 석유에 대한 수요 측면에서 세계적인 경기 둔화 문제로 하향세를 보이지만, 공급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크다. 이란의 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상황이 발생하거나, 노르웨이 북해 유전에서 노동자들의 파업 만으로도 국제 유가는 급반등할 수 있다.

더욱이 지난 유럽연합(EU) 정상회담 당시에서 보여지듯, 유가는 언제든지 급상승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EU정상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7.27달러(9.4%) 뛴 배럴당 84.9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곧 유가가 언제든지 상승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근본적인 문제에는 그동안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수년간 돈을 찍어내다 보니 이 자금이 상품시장으로 들어가 유가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는 위험성 역시 안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현 단계에서 낮은 유가 수준은 세계 경제의 생명선 역할을 하고 있으며 긍정적인 요인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불안정한 세계 경제 상황을 감안했을 때 안정적인 요인으로는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유가만 믿기에는 세게 경제가 않고 있는 위험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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