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는 어제 주주총회를 열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단독 추천한 신동규 전 전국은행연합회장을 새 회장으로 선임했다. 신 회장은 세상에서 말하는 '모피아(재무관료 출신)'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은행연합회ㆍ손해보험협회ㆍ생명보험협회ㆍ여신금융협회 등 금융 관련 협회장과 국책 금융기관 등에 다수의 모피아가 포진한 상황에서 신 회장의 선임은 충분히 '관치'와 '낙하산' 논란을 부를 만하다. 농협 집행부는 '정부출자 등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라고 했으나 노조는 밀실 낙하산 인사로 규정, 출근 저지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추천 작업은 면접도 없이 밀실에서 진행됐다. 마지막까지 후보자 간 이전투구가 벌어졌다는 등 확인할 수 없는 온갖 소문이 돌았다. 초대 회장의 석연치 않은 사퇴와 새 회장의 선임 과정에서 보여준 농협의 모습은 한마디로 구태의 재연이었다. 전임 회장은 왜 중도 사퇴했는지, 투명한 절차를 외면하고 왜 밀실에서 진행했는지, 언제까지 관료 출신을 데려와 방패막이로 앉힐 것인지 농협은 답해야 한다.
농협은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사업구조 개편에 나섰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세금 5조원이 투입된다. 실적은 부진하고 신용등급은 떨어질 위험에 처했다. 그런 농협의 금융지주 회장 선임이 파행과 이전투구로 점철됐다. 혁신을 약속했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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