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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블록 공사장 보행안전,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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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블록 공사장 보행안전,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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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구채은 기자] "위험하니 조금 떨어져서 지나가주세요."

지난 15일 오후 1시께 서울시 신청사 보도블록 공사 현장.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인부들이 쉴 새 없이 오고갔다. 여느 공사장과 다름없는 분주한 풍경이었다. 이곳에서 안전모를 쓰고 노란색 조끼를 입고, 손에는 야광봉을 들고 있는 이가 눈에 띄었다. 행인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돕고 있는 보행안전도우미 임채왕(사진·남·62세·월계동 거주)씨다.
그는 인근에 떨어진 쓰레기도 줍고, 주변 청소도 병행하고 있다. 기온이 29도까지 올라가 무더운 가운데 임 씨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임 씨가 보행안전도우미로 일한지는 한 달 쯤 됐다.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5시 반에 퇴근한다. 출근 후 곧장 공사장 인부들과 함께 체조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보행지도는 하루 열다섯 건 정도다. 공사장 내 임시 보행로에서 길을 안내하거나 안전 펜스, 보행 안내판 등 시설 설치나 관리도 임 씨의 몫이다. 시각장애인, 어린이, 노약자들이 신청사 주변을 지나갈 때는 직접 동행한다. 보도블록 공사와 관련해 불편사항이 들리면 즉석에서 내용을 접수받아 시에 전달한다.

임 씨는 "길 안내를 해주면 시민들이 안심하고 지나갈 수 있어 만족해 한다"면서 "비 오는 날은 우비를 쓰면서 일한다"고 말했다. 보행자가 가장 많은 시각은 오전 8시께. 출근시간 보도블록 공사장 길도 붐비는 때, 그는 더 신경 써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바짝 긴장한다.
임씨가 이처럼 일하기 전에는 무직자 신세였다. 개인 사업을 벌이다 수차례 실패하고 집에서 지내는 게 대부분이었다. 술도 자주 마셨다. 하지만 일을 시작한 이후 임씨는 달라졌다. 그는 "밖에 나와서 몸을 움직이고 돈도 버니 정말 즐겁다"면서 "아내에게는 출근할 때 놀러갔다 오겠다고 말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서울시는 서울시내 20m 이상 보도블록 공사장에 의무적으로 안전도우미를 두기로 했다. 신청사 인근에는 이미 한 달 전부터 배치했다. 20~30m 보도블록 공사장에는 1명, 30m 이상 공사장에는 2명의 안전도우미가 배치된다. 안전도우미로 가급적 여성, 취업 준비생, 노인 등이 우선 고용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의 강도가 세지 않아 누구나 안전도우미 활동이 가능하다"며 "서울시 청사 보도공사장을 시작으로 곧 안전도우미를 서울시 전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종탁 기자 tak@
구채은 기자 fak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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