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13일 지난 3개월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자칭몸통'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진짜) 몸통처럼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500여건에 달하는 광범위한 사찰을 진행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이 전 비서관의 주도 하에 신설됐고 사건을 덮으려고 뿌려진 금품의 출처도 모두 이 전 비서관이라는 설명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인사, 이용훈 전 대법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정ㆍ관계인사, 방송인 김미화, 경실련 공동대표 보선 스님 등 각계 각층의 유명인사부터 민간인에 이르기까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밝혀진 사찰 사례만 500여건에 달한다.
검찰은 그러나 이 중 단 3건만을 불법사찰로 규정하고 나머지는 단순 정보 수집에 불과해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울산지역 민간기업 사찰과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인 전 칠곡군수에 대한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왕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부족한 밑그림을 보완하는데 그쳤다.
역대 정부의 잘못된 관행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청와대의 변명에 검찰 수사를 짜맞췄다는 지적도 거세다. 또 수사결과 발표에 과거 참여정부 조사심의관실의 사찰 흔적도 끼워넣어 논란을 부추기도 했다. 검찰은 "네가 있어 다행이다, 애들 좀 잘 챙겨라"는 박 전차관의 전화를 받고 선뜻 잘 알지도 못하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사찰팀원들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이상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에 대해선 판례까지 언급해가며 범인도피나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설명해 변론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 예견된 실패=여기에 불법사찰 배후로 끊임없이 거론돼온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ㆍ검찰의 수장인 장관으로 앉아있는 이상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일심(一心)으로 충성'한 진짜 '몸통'을 검찰은 찾아낼 수 없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권재진 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서면질의가 없었는데도 자발적으로 진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권 장관이 제출한 진술서의 요지는 '불법사찰이 이뤄진 사실을 알지 못했다. 민정수석실은 개입하지 않았다'가 전부다. 권 장관은 지난 8일자로 작성된 종이만을 남겨둔 채 현재 해외순방길에 올라 있다.
참여연대는 "검찰의 실패는 예견된 사태"라며 "국회는 조속히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에 나서고, 국회 차원에서 검찰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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