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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CEO도 수습 월급을 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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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업무 파악 중이십니다."

새로 대표이사가 취임한 회사에 인터뷰 요청을 하면 으레 듣게 되는 답변이다. 공식적인 취임 기자간담회를 하지 않는 회사들 중 열에 아홉에선 이런 답변을 듣게 된다.
회사 전반을 챙겨야 하고, 얼굴 역할까지 하는 대표이사가 방대한 조직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제대로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섣불리 나섰다가 자칫 회사 이미지에 손상을 줄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시쳇말로 가만 있으면 중간이라도 하는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해서 새 대표이사는 몇개월간 특별한 외부노출 없이 허니문(?) 기간을 가진다. 이 기간을 통해 조직을 다잡고, 평소 생각해 오던 비전을 조직내에 이식시킬 토양을 마련한다. 적게는 수백명, 많게는 수만명의 일자리가 달린 조직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CEO)가 가져야 하는 당연한 업무파악 기간일 수 있다.

얼마 전 이런 생각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모 증권사 팀장과 대화였다.
"고참이 빠지고, 수습이 들어왔으니 숫자는 같아도 다른 사람들의 업무량은 크게 늘었습니다."(팀장)
"아무래도 수습이다 보니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기자)
"한명 몫을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수습을 가르치느라 다른 사람이 일을 못하는 것까지 계산한다면 '로스'는 더 심각하다고 봐야죠."(팀장)
"그러니 수습은 월급을 조금 받잖아요. 기본급의 70%를 받지 않나요?"(기자)
"그런데 사장님들도 업무파악 기간엔 월급을 수습처럼 일부만 받나요?"(동석자)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들어갔을 때다. 당시는 대선도 한창이었다.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선거 구호 중에 '준비된 대통령'이란 말이 있었다. 민주화 투사의 이미지가 강했던 DJ의 이미지를 국가 최고책임자 자리를 맡을 적임자 이미지로 바꾼 짧지만 임팩트가 강한 구호였다.

이 구호는 국가부도 위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당시 국민들에게 제대로 먹혀 들었다. 그 해 대선에서 DJ는 야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IMF 관리체제라는 위기상황을 타개할 적임자로 경륜과 함께 준비된 대통령을 국민들은 원했는 해석이 나올 정도였다.

물론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DJ도 재임기간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준비됐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챙겨볼 게 더 많더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왔다. 그만큼 힘든 자리가 최고 책임자 자리다.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회사 경영 역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CEO의 결정 하나에 회사의 명암이 갈린다. 임직원들은 신임 대표이사가 어떤 생각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적지 않은 증권사의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곧 바뀔 예정인 곳까지 포함하면 무려 8곳이 새 대표를 맡는다. 새 수장들에게선 '업무 파악 중'이란 얘기 대신 '비전'을 들었으면 좋겠다. CEO에게 공식적인 수습기간은 없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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