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세대인 그는 거래소 상장기업인 미래산업 을 창업한 분입니다. 기자가 대학생 시절 릫왜 벌써 절망합니까릮란 제목의 정 사장 자서전을 읽으며 ‘이 회사 경비원으로라도 취직 되면 참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정 사장은 반도체 장비라는 분야에 문외한이었습니다. 그가 한 일은 반도체 장비를 개발할 역량이 있는 ‘엔지니어’ 직원들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것이었지요. 그렇다면 정 사장은 자금을 어디서 마련했을까요? 정 사장이 자서전과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이야기입니다.
정 사장이 미래산업을 창업한 때가 1983년입니다. 88올림픽을 전후해 한국경제가 가장 풍요로웠고 어딜가나 돈이 넘쳤다는 ‘3저(低 )시대’를 눈앞에 둔 시점이었습니다. 그때조차 중소기업은 은행 대출보다 사채를 빌려 사업하는 게 더 편했다는 겁니다.
금융위원회가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코넥스·KONEX) 개설을 통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은행대출에 편중된 중소기업 자금조달 구조를 코넥스라는 자본시장을 활용해 개선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좋아 보입니다.
반도체를 모르지만 CEO는 리더십이 있었고, 고졸 출신이만 경쟁사 상품을 구경만 하고도 내부 설계도를 그릴 줄 아는 천재 엔지니어가 있었으며, 비록 상품화는 실패했지만 누구도 갖지 못한 기술 등 보이지 않는 경쟁력이 있었는데 이를 인정받기에는 당시 미래산업의 외모가 너무 초라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8일 코넥스 공청회가 열린 한국거래소 대회의실은 참관객이 가득 차 관심이 높은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업계 인사를 제외한 중소기업인은 거의 없었다는 후문입니다.
코넥스의 초점은 투자자가 아니라 기업인에 맞춰져야 합니다. 회사 일 하기도 바쁜 중소기업 사장들이 돈 때문에 은행 또는 사채업자를 쫓아다니는 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하려면 말입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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