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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불황에 유통가 ‘白旗’ 백화점마저 ‘땡처리’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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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지갑열기 치열한 ‘할인전쟁’

지난 6일 오후, 대규모 할인 행사가 열린 명동의 한 백화점.

지난 6일 오후, 대규모 할인 행사가 열린 명동의 한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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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앞에서는 역시 장사가 없나 보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진 데다 유럽경제가 다시 악화되면서 불거진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겹쳐 유통업계에도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최근 유통업계의 할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좀처럼 닫힌 지갑을 열지 않자 재고 처리 행사, ‘초특가+사은품’ 등 각종 미끼를 내세워 고객들을 매장으로 유인하려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형국이다.

요즘 백화점에 가면 대형마트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 쉽다. 대규모 할인 행사를 보는 일이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매출 부진에 고품격을 지향하는 백화점들이 자존심의 나래를 접고 재고 처분, 일명 ‘땡처리’에 나섰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3사가 현재 진행중인 할인 행사 규모는 약 200억 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남녀 의류부터 선글라스, 핸드백, 구두, 명품에 이르기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반값 할인은 기본이다. 최대 80%까지 할인하는 제품도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9층 행사장에서는 최근 연일 할인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6년 만에 구매액의 7%를 상품권으로 증정하는 행사를 전점에서 동시에 실시한 것은 물론 지난달 25~28일에는 ‘원피스 100대 브랜드 대전’을 열고 5만원부터 구매액별로 아이스박스나 상품권(1만원) 등을 준주는 사은품도 마련한 바 있다. 구두·핸드백과 원피스를 초특가로 내놓아 고객몰이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은 목동점에서 여름 여성의류 상품을 최고 80~60% 할인된 가격에 팔고 있으며 신세계백화점도 이달 초, 본점 9층 행사장에서 별도로 30~80% 할인 판매하는 명품 재고 처분과 함께 특가상품, 신세계카드 결제 시 구매금액 기준의 5% 상품권 증정 등의 사은행사를 준비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주요 소매업체들의 5월 매출을 모니터링한 결과, 백화점 매출이 0.2% 감소했다고 밝혔다. 백화점은 지난 4월에도 2.4% 하락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재고 처분을 위한 대규모 할인행사가 고객 몰이 및 매출 향상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고 있다”며 “앞으로도 유사 할인 기획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화점들의 궁여지책이 향후 소비침체의 벽을 넘길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대형마트, PB상품 매출비중 급증세
반값을 넘어 ‘땡처리’ 수준의 행사 정도는 돼야 겨우 시민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 고물가에 불황이 깊어질수록 ‘짠소비’가 판을 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도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신선식품지수가 지난해보다 3~4% 가량 상승했다. 대형마트의 할인행사는 여전히 풍성하며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우선 가격이 저렴한 할인 상품의 매출이 작년보다 증가했다. 롯데마트의 올해 1분기 매출을 살펴본 결과, 할인행사 상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 가량 증가했고, 전체 매출에서 행사 상품 매출이 차지하는 구성비도 지난해 23.6%에서 올해는 26%로 2.4%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저렴한 가격이 장점인 PB(자체 브랜드) 상품에서도 볼 수 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쇼핑 추세에 따라 소비자나 유통업체에게 PB 상품이 효자 종목으로 떠오른 것. 이마트에서는 불과 몇 년 전 4500억여원이던 PB 매출이 지난해엔 전체 매출의 25%인 3조4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PB 상품 매출은 또 올해 4월 말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2% 증가했다. 이마트는 PB상품 매출 비중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가격 수준에 따라 PB 브랜드를 ‘프라임 엘’ ‘초이스 엘’ ‘세이브 엘’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해 저렴한 가격을 가장 큰 장점으로 하는 세이브엘의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체 PB 매출에서 세이브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5.7%에서 올해는 10.4%까지 늘어난 것이다. 롯데마트도 PB 상품의 비중을 30%까지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남창희 롯데마트 마케팅부문장은 “하반기 전망도 그다지 밝지는 않지만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을 줄이고 소비를 촉진시켜 이 같은 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몰, 마트상품군 앞세워 고객 쟁탈전
알뜰 소비에 대한 욕구는 저렴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마트상품군 구매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신선식품을 비롯한 생활필수품의 온라인 거래 급증세에 발맞춰 온라인 쇼핑몰들도 마트상품군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섰다. 기존 대형마트 고객들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G마켓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주로 판매되는 식품군의 거래액이 올 4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 늘어났다. 옥션에서 올 상반기 가장 많이 팔려나간 상품은 국내 대표적인 생수브랜드 ‘제주 삼다수’다. 무려 40만개가 팔려나가며 히트상품 1위에 등극했다. 불황 속 알뜰형 상품으로 DIY(Do It Yourself), 재활용 상품들이 인기를 모으면서 공간 활용성이 좋은 ‘다용도 공간박스’ ‘칼갈이’도 인기 상품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온라인 쇼핑몰은 저렴한 가격은 물론 오프라인 못지않은 서비스를 제공해 대형마트 고객들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소비자들의 양상도 최근의 경제 흐름을 따른다. ‘트레저헌터(treasure hunter)’. ‘보물을 찾듯이 적극적으로 상품을 발굴하는 소비자’라는 뜻의 신조어로 제품 하나를 사기 위해 발품 팔기를 주저하지 않는 새로운 소비층을 일컫는다. 이들은 ‘불황’ ‘반값’ 등으로 대변되는 유통 시장에서 특유의 정보력과 가격 비교와 같이 적극성을 바탕으로 고물가 속 ‘착한 소비’를 이끄는 핵심 소비층으로 급부상했다.

옥션사업본부 유수종 부사장은 “오랜 경기불황과 물가상승률이 저비용의 고효율 상품에 집중하는 똑똑한 소비자군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며 “하반기에도 물가 상승 및 공공요금 인상 등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악재가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가격 거품을 뺀 양질의 다양한 상품군 기획 및 판매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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