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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시작은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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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시작은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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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첫 느낌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이었다. 번역한 것이 역력해 보이는 묘한 개봉 제가 그랬고, 굳이 뒤에 호들갑스러운 느낌표를 붙인 것도 그랬다.(영화 원제는 '섬세함'이라는 뜻이다) 출세작 '아멜리에' 이후 줄곧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에서 매력을 발산한 오드리 토투의 환한 미소도 영화 성격을 확실하게 규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14일 개봉되는 '시작은 키스! La delicatesse'는 전혀 어울리지 않던 두 남녀가 만나 티격대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결말로 나아가는 영화일 것 같다. 과도하게 밝고 유쾌한 방식의 내러티브를 가진 '유사(類似)'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말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시작은 키스!'의 출발은 더 이상은 행복할 수 없을 잉꼬부부의 '닭살' 행각이다. 영화의 톤 앤 매너는 이내 희극에서 비극으로 변한다. 사랑하던 남편을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잃은 나탈리(오드리 토투 분)는 완전히 삶의 지표를 잃는다. 슬픔을 잊으려 일에 몰두하지만 나탈리는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다. 이런 그의 앞에 마르퀴스(프랑수아 다미앙 분)라는 이름의 남자가 등장하면서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로 방향을 튼다. 외모는 형편없고 존재감이나 매력 따윈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남자다. 일순간 나탈리는 마르퀴스에게 키스를 퍼붓는다. 특별한 의미는 없었던, 과도한 외로움에서 기인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시작이 중요했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둘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시작은 키스!'는 '프랑스 문단의 우디 앨런'으로 통하는 작가 다비드 포앙키노스가 자신이 쓴 동명 베스트셀러를 직접 스크린에 옮긴 작품. 프랑스에서만 70만 부가 팔렸고 10개 문학상을 받은 후 전 세계 21개의 언어로 변역돼 출간됐다. 그는 사랑 경험이 없는 소심한 남자와 새로운 사랑이 두려운 여자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여정을 재치와 유머, 섬세한 심리 묘사로 유쾌하게 풀어냈다. 로맨틱 코미디의 대전제인 '해피 엔딩'을 유지하면서도 판타지와 플래시백 등 여러 영화적인 장치로 변주를 꾀한 것은 초보 감독의 놀라운 재기발랄함이다.

오드리 토투와 다비드 포앙키노스의 놀라운 화학반응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영화 완성도에 일조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로맨틱 코미디들이 넘쳐나는 극장가에서 '시작은 키스!'는 반짝반짝 빛나는 웰 메이드 소품이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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