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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안중근 남자현, 잊혀진 그녀의 불꽃같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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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서울 국립현충원에 위치한 독립운동가 남자현의 묘소에 '남자현 평전-나는 조선의 총구이다' 봉헌식이 열렸다. 평전의 저자 이상국씨와 유족 남재각(88)씨가 묘소에 책을 봉헌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국립현충원에 위치한 독립운동가 남자현의 묘소에 '남자현 평전-나는 조선의 총구이다' 봉헌식이 열렸다. 평전의 저자 이상국씨와 유족 남재각(88)씨가 묘소에 책을 봉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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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1962년 3월 1일, 정부는 독립유공자 58명에게 건국공로훈장 복장을 수여했다. 이봉창, 신채호 등 걸출한 독립 운동가들이 포함됐다. 이들과 함께 최고의 훈장을 받은 여성은 단 한 명, 그녀는 3.1만세 운동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관순이 아니다. 역사 속에 묻혀 이름조차 낯선 남자현이 훈장의 주인이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유족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남자현 평전 봉헌식'이 열렸다. 독립운동투사 남자현의 삶이 담긴 책 '나는 조선의 총구다'가 그녀의 영전 앞에 바쳐졌다. 저자 이상국씨는 "무관심과 망각 속에 묻혀버린 독립운동의 여걸 남자현의 생애를 복원하고 그 행적과 삶의 의미를 기리고 싶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지금으로부터 140여년 전인 1873년, 조선땅에 태어난 남자현은 24세 때 의병 전투를 치르던 남편을 잃었다. 38세 때는 나라마저 잃었다. 경북 영양에서 양반가의 며느리로 흔적 없이 살아가던 남자현은 1919년 2월, 47년 만에 돌연 고향을 등지고 상경한다. 그해 3월1일, 전 세계에 조선민중의 독립 의지를 보여준 ‘3·1만세운동’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국립현충원에 위치한 독립운동가 남자현의 묘소에 '남자현 평전-나는 조선의 총구이다' 봉헌식이 열렸다. 평전의 저자 이상국씨와 유족 김시복(68)씨, 남재각(88)씨 등이 묘소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국립현충원에 위치한 독립운동가 남자현의 묘소에 '남자현 평전-나는 조선의 총구이다' 봉헌식이 열렸다. 평전의 저자 이상국씨와 유족 김시복(68)씨, 남재각(88)씨 등이 묘소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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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만세운동을 기점으로 그녀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나는 왜 이런 질곡의 역사 속에 태어났으며 이토록 고통 받는 땅 위에 피어났는가?’ 평생 가슴에 간직했던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남자현은 미지의 거친 땅 만주로 떠난다. 고향을 떠난 뒤 열흘 간의 고뇌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만주로 간 남자현은 사분오열하는 독립운동의 뼈아픈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독립운동의 분파를 극복하고 통합으로 나아가는 운동에 앞장섰다. 자신의 손가락 3개를 베어 가며 혈서를 써 ‘독립계의 대모’, ‘세 손가락 여장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만주에서 보낸 8년의 세월은 그녀를 강인한 지사로 만들었다. 1926년, 남자현은 길림에서 동지들과 함께 일본총독 사이토 마코토를 암살할 계획을 세운다. 그녀는 만주를 떠나기 전 아들 김성삼에게 “나라가 없으면 살아도 죽은 것이나 진배없으니 나의 죽음을 슬퍼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이 나라의 혼을 말살하는 사이토의 목숨을 끊어 조선을 부흥시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귀한 일이요 시대가 원하는 책무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녀는 조선 총독을 암살하기 위해 서슴지 않고 국경을 넘어 서울로 잠입했고, 피말리는 작전 일정 속에서 민족의 적을 처단할 무기를 만지작거렸다. 죽음을 넘나드는 추격전 끝에 저격은 끝내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후 61세의 나이로 이번에는 만주국의 일제 실세인 전권대사를 죽이러 간다. 하지만 그녀의 암살 계획은 내부 밀고로 인해 실패로 끝나고 만다.

거사에 실패하고 하얼빈 감옥에 갇힌 그녀는 단호히 단식을 선택해 스스로 죽음을 맞았다. 남자현은 임종의 자리에서 아들에게 200원을 주며 “조선이 독립되는 날 정부에 독립축하금으로 바치라”는 유언을 남겼다. 해방의 희망을 지워가던 1933년, 남자현은 오로지 신념 속에서 조선의 해방을 굳게 믿은 것이다. 실제 해방 이듬해인 1946년 3월 1일, 남자현이 남긴 독립축하금은 이승만, 김구 등 요인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3·1절 기념행사에서임시정부에 전달됐다.

스스로를 혁신하며 나라를 되찾는 시대의 소명에 몸을 던진 남자현. 저자는 "끝없는 투쟁과 뜨거운 민족애, 그리고 서슴없는 단지혈서와 일제 요인 처단의 면모에 있어 안중근에 비길 만 하다"며 남자현에게 '여자 안중근'이라는 별칭을 선사했다.

이날 평전 봉헌식에 참석한 남자현의 친손자인 김시복(68)씨는 “시대가 바뀌면서 독립운동에 대한 평가가 흐려지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지고 있지만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바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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