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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가라츠 도자 명인 "옛 조선의 생활 도자기가 나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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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도예 작업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도자기를 빚고 있는 일본 가라츠 도자 명인 나카자토 타카시 선생.

부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도예 작업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도자기를 빚고 있는 일본 가라츠 도자 명인 나카자토 타카시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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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그 유구한 전통과 역사에도 한국인들이 도자기를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걸 많이 보지 못했다. 조선시대 분청사기를 원류로 한 일본의 고(古) 가라츠 도자기는 내게 도공의 삶을 걷게 해준 원동력이다. 이곳에 있을 동안 한국음식에 맞는 도자기 그릇을 만들어 보고 싶다"

이름없는 조선 도공들이 만든 분청사기 그릇과 찻잔에 꽂힌 일본 가라츠 도자 명인 나카자토 타카시(사진·남·75) 선생. 지난 30일 부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도예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앞치마를 두르고 물레를 돌리며 도자기를 빚고 있었다. 흙빛이 감도는 팥색 반팔티와 작은 검정색 털모자가 작은 체구와 어울렸다.
나카자토 선생은 지난달 21일부터 이곳의 도예 전공 학생들과 작품을 만들며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는 김치나 막걸리, 설렁탕도 즐겨 먹을 정도로 한국음식에 감동했다며 웃었다. 이 학교에서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지난해와 올해 이곳을 찾은 전통생활도자 디자이너 시로타니 코세이 선생과의 친분이 컸다. 우리나라 문화재 기술과 이론을 전문으로 특성화된 이 학교에 시로타니 선생이 깊이 인상을 받았고 그에게 레지던시 작업을 추천했다.

나카자토 선생은 누구보다 생활형 도자기에 대한 애착이 큰 예술가였다. 일본 가라츠 도자의 인간 국보 12대 전승자이자 그의 아버지인 나카자토 무앙이 사라져가는 가라츠 야끼(도자기)를 현대에 되살려낸 작가였다면, 그는 가라츠 도자기의 본류인 옛 조선 도공들의 정신을 잇고자 하는 도예가다.

"가난한 사람들이 하루 종일 일상생활에 쓰일 식기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옛 가라츠 야끼다. 보기에만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보단, 가까이 두고 사용할 수 있는 도자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것이 바로 하루 10시간 이상 도자기를 만드는 데 그가 평생을 바쳐온 힘이었다.
가라츠는 일본 도자기의 발생지로, 사가현에 위치한다. 자기가 발생한 인근 아리타와 함께 조선 도공들의 회환이 깃든 곳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 지방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침략거점인 나고야성이 있었고, 조선 도공들이 이곳에 끌려와 작업하면서 가라츠 도자기가 만들어졌다. 분청사기 상감기법이나 문양들이 잘 전승돼 있는 이유다.

"화려하고 비싼 도자기 작품보단 가난한 도공들이 만든 그릇에서 진정한 예술정신을 느낀다. 고(古) 가라츠 도자기는 나의 스승이었다"

그가 도예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건 스물 네살 때다. 조금 늦은 감이 있긴 했지만 아버지와 형들 밑에서 2년간 도제생활을 했다. 하지만 현대의 가라츠 야끼보단 옛 가라츠 도자기에 끌렸다. 그 끌림과 감동에 도공이 되길 잘 했다고 느꼈다고 한다.

현대 일본 도예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후 세계적인 도예가가 되면서, 그는 여러 나라를 탐방했다. 미국, 유럽, 아시아대륙을 여행하면서 세계 속 여러 도자기를 둘러보면서 자신의 작품과 대비해 봤다. 특히 그는 인도인들이 길거리에서 유약을 바르지 않은 도자기에 차나 쥬스를 마시는 걸 보고 놀랐다. 이후 유약을 바르지 않거나, 굽는 방법을 다르게 해보는 등 새로운 시도들이 그의 작품에 접목됐다.

나카자토 선생은 "조선인이 선조인 옛 가라츠 도자기부터 인도인이 사용하는 도자기 컵처럼, 작품이기 이전에 사람들에게 필요가 있는 생활형 도자기에 담긴 혼이 나의 작품세계"라고 했다.

그런데 이런 일본 명인이 한국의 도예가들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일본에서 꼭 정부 지원이 큰 것보다는 국민들 스스로 누가, 어디서 만들었는지 궁금해 할 정도로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많고 실제로 집에서 도자기로 만든 식기를 애용한다"면서 "도예가들이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라고 그는 꼬집었다.

그는 이어 "내 뒤를 잇는 아들도, 여기 함께 작업하는 전통문화대학교 학생들도 모두 제자라 느낀다"면서 "한국에서도 도자기가 생활 속에서 많이 보급되고 학생들이 졸업해서도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도예가 나카자토 타카시 선생의 작품들

도예가 나카자토 타카시 선생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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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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