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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강제징용 피해자 일본기업에 책임 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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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대법원이 일본에 끌려가 강제징용을 당한 피해자들이 현재 일본 기업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일제 강점기 때 이뤄진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적 책임 가능성을 인정한 첫 판단이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일제 시대 구 미쓰비시중공업과 구 일본제철에 의해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이 손해를 배상하라며 각각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24일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과 서울고등법원으로 각각 환송했다.
일제 강점기때 이뤄진 일본기업의 노동력 착취는 해외에서 이뤄졌고 공소시효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옛 일본기업들을 현재 일본기업과 법적으로 동일한 법인으로 해석할지 여부와 1965년 이뤄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책임 추궁 문제도 쟁점이었다.

위 사건 원고들은 각각 일본 법원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국내서 이뤄진 1·2심에서도 현재 일본기업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이 나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각 쟁점사안에 대해 손해배상을 제기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렸다. 우선 일본 내에서 이뤄진 기각판결을 승인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법원에서 이뤄진 판결은 일제가 한반도와 한국인에 대한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대한민국 법원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 피고인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에 대해서도 한국인들을 강제 노역시킨 옛 법인과 동일하다고 해석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해당 기업들은 일본의 전후처리 및 배상채무 해결을 위한 특별한 목적으로 분리된 것"이라며 "일본 국내법을 이유로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채무가 면탈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채무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1965년 일본과 청구권협정을 맺었지만 한국 측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은 점도 밝혔다. 당시 청구권협정 협상과정에서 일본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아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당시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피고측 입장에 대해서도 허용될 수 없는 주장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측이 소송을 제기할 시점까지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사건 당시자인 구 미쓰비시, 구 일본제철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법적 지위에 있는 각 법인들이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해 채무의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일본, 미국, 한국 등에서 제기한 여러 소송에서 처음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승소 가능성을 열어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며 "대한민국 헌법정신의 관점에서 청구의 정당성을 인정해 파기 환송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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