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주식talk19] 헤지펀드 '능력'에 조국 배신한 연기금
NHK다큐 글로벌 마켓 7부, 금융전쟁: 거대자본의 공격(2004)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투자지역이나 투자대상 등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고 고수익을 노리지만 투자위험도 높은 투기성자본"
헤지펀드의 일반적인 정의다. 더 간단히 말하자면, 헤지펀드는 '물불 가리지 않는' 투기자본이다. 헤지펀드는 민족, 나라, 정부, 이념 등에 상관없이 수익만 올릴 수 있다면 어디든지 개입한다.
국적 없는 헤지펀드 때문에 연기금이 조국을 배신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일본의 NHK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글로벌 마켓'의 7번째 순서인 '금융전쟁, 거대자본의 공격'에서는 '동일본 문구판매 연금'의 난처한 상황이 소개된다.
일본 문구산업에 종사하는 판매사원들이 설립한 '동일본 문구판매 연금'은 점차 고령화 돼가는 연금 가입자들이 퇴직 할 것에 대비해 수익률 높이기에 한창이다. 약 1만5000명이 가입돼 있는 이 연금은 운용자들의 바람과 달리 최근 3년연속 두 자리 수의 손실을 기록했다.
주식 등 유가증권에 자금을 투자하고 있지만, 일본 경기침체와 함께 수익률이 저조한 것이다. 연금 운용자들은 전체 자금의 20%가 투자돼 있는 헤지펀드에 추가로 더 자금을 투입해 수익률 제고에 나섰다.
이들이 헤지펀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헤지펀드가 하락장에서 오히려 수익률이 더 높은 공매도 기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주식을 빌려서 먼저 매도하고, 나중에 빌린 주식을 갚을 때는 시장에서 사서 갚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져야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동일본 문구판매 연금'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더 이상 일본 경제에 기대어 유가증권 수익으로 연금 운용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헤지펀드에 자금을 맡겼지만, 헤지펀드는 일본경제가 악화 될수록 더 많은 돈을 벌어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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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은 철저하게 정부와 국가의 부를 위해 움직인다. 하지만 제로섬 수익률 싸움을 하고 있는 글로벌 투자 환경에서 연기금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가진 칼끝을 조국에 겨눠야 한다.
일본에서 연기금을 운용하는 한 관계자의 말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수익을 내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위험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수익을 위해 헤지펀드와 손을 잡아야 한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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