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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여자 유도, 런던 메달 가능성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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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여자 유도 기사를 열심히 썼다. 주 업무인 야구보다 부 업무인 유도, 특히 여자 선수단 취재에 더 신경을 썼다. 당시 한국 여자 유도는 도입기를 지나 발전기로 들어서고 있었다.

부지런히 취재했기에 일화도 많다. 그 가운데 하나. 여자 유도가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72kg급 결승에서 김미정은 일본의 다나베 요코를 판정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미정은 1년 전 같은 곳에서 개최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다나베를 꺾고 우승을 맛봤다. 두 대회가 열린 팔라우 브라우그라나 체육관은 축구 팬들의 귀에 익은 FC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캄프 누와 이웃해 있다. 바르셀로나올림픽 때는 이곳에서 유도와 시범 종목인 태권도 경기가 펼쳐졌다.
유도 국제 대회는 대체로 오전과 오후에 걸쳐 8강전 이전 경기와 패자부활전을 치른다. 밤 시간에는 4강전과 동메달 결정전, 결승전의 순서로 진행된다. 올림픽의 경우 금메달의 주인공은 밤 10시를 전후해 가려진다.

글쓴이는 태릉선수촌훈련에서 이미 많은 내용의 취재가 돼 있었지만 올림픽 초대 챔피언이 됐기에 살아 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도핑 테스트를 하는 김미정을 기다렸다. 그런데 김미정은 30분이 지나도 4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시계는 어느덧 밤 11시를 향하고 있었다. 체육관 셔틀 버스 정류장에는 막차와 글쓴이 그리고 김미정을 기다리느라 수고가 많다며 기꺼이 말동무가 되어준 유도 관계자만이 덩그러니 있었다. 메달 수여식이 끝나고 한 시간여가 흘렀을까, 김미정이 도복을 챙겨 들고 셔틀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왔다. 그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긴장한 탓인지 청량음료를 아무리 먹어도 샘플을 만들 수 없었어요.”
중학교 때까지 포환던지기를 했던 김미정은 힘이 셌다. 태릉선수촌 훈련에서 장인권 감독 등 남자 지도자들을 쩔쩔매게 할 정도였다. 김미정은 은퇴를 선언한 뒤 1989년 베오그라드 세계선수권대회 78kg급 금메달리스트 김병주와 ‘유도 커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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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는 여자 61kg급 대표선수를 뽑기 위한 ‘특별 경기’가 열렸다. 요즘도 그렇지만 유도는 세 차례 정도의 선발전과 국제 대회 성적, 국가 대표 코칭스태프 평점 등을 합산해 태극 마크의 주인공을 가린다. 이때 종합 점수가 엇비슷하면 별도의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남자 71kg급 대표를 가리기 위해 이 방식을 사용했다. 숨 막히는 1대1 대결이기에 당시 기자들은 이 경기를 ‘OK목장의 결투’라고 불렀다.

‘특별 경기’에 나선 선수는 조민선과 박지영이었다. 두 차례 맞대결 결과는 1승 1패, 모두 판정 승부였다. 이어진 세 번째 경기 역시 판정 승부였다. 승자는 박지영이었다. 세 차례 경기에서 효과는 단 한 개도 나오지 않았다. 서로를 잘 알고 있기도 했고 수비적인 유도를 한 결과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한국은 61kg급에서 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했다. 이 체급에서는 정성숙이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차지해 4년 전 ‘노 메달’의 아쉬움을 달랬다. 정성숙은 체급이 조정된 2000년 시드니올림픽 63kg급에서 또 한 번 동메달을 획득했다.

서울체육중학교 3학년 때인 1987년 에센 세계선수권대회 48kg급에 출전해 한국 여자 선수들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인 8강에 오른 ‘꼬마’ 조민선은 바르셀로나에는 가지 못했지만 1993년 해밀턴, 1995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속 우승한데 이어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66kg급에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조민선은 1997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체급이 조정된 70kg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48kg급에서 시작해 70kg급까지 조민선은 한국 여자 유도 사상 가장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1992년 치러진 ‘OK목장의 결투’는 그에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대한유도회는 지난 15일 창원 문성대학 체육관에서 선수강화위원회를 열고 7월 27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할 남녀 대표 선수 14명을 확정, 발표했다. 66kg급의 대표가 누가 될 것인가 등 모든 이들의 관심은 남자부 명단에 쏠렸다. 유도 취재 기자를 그만둘 때 유도, 특히 여자 유도 발전에 애썼다며 전국 대회 개회식 때 대한유도회가 주는 공로상을 받은 글쓴이의 눈에는 무척 안타까울 일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이번 여자 대표팀 가운데 국제유도연맹 랭킹이 가장 높은 선수는 70kg급의 황예슬로 6위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정경미(78kg급)는 9위다. 메달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지만 유도는 하루 만에 치르는 종목이기에 당일 컨디션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대진 운도 어느 정도 작용한다.

여자 유도 국가대표 선수들, 런던에 가서 젖 먹던 힘까지 내 보자.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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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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