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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세금 많이 내는 게 자랑스러운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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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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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오늘 취임했다. 17년 만의 좌파 대통령이다.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까. 그는 연간 소득이 100만유로(약 15억원)를 넘는 사람에 대한 소득세율을 최고 75%까지 올리겠다는 선거 공약을 내걸었다. 정부 지출을 늘려 고용을 창출해야 하는데 재원이 부족하니 먼저 고소득자에게 무거운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올랑드는 전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부자 및 대기업에 대한 감세 정책으로 국가 세입이 500억유로(750조원) 줄었다면서 이 중 60%를 회수해 서민층에게 재분배하겠다고 했다. 본인은 물론 장관의 봉급 삭감을 통해 복지 확대와 고용 창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그의 소득세율 인상 방안은 다음 달에 치를 국민의회(하원) 선거에서 사회당이 과반수를 확보해야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우호적 평가가 많다.
프랑스의 조세정책 변화는 단지 프랑스만의 일이 아니다. 유럽연합(EU) 다른 회원국의 사회민주주의 세력과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유로존의 소득세율 인상을 통한 재원 조달과 성장 중시 정책은 큰 흐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고 소득세율이 38%인 우리나라와 견주면 75%가 굉장히 높아 보이지만 미국도 레이건 행정부 이전에는 75% 최고세율을 적용했을 정도로 생소한 것은 아니다.

하필 왜 소득세 인상인가. 소득세야말로 조세 공평 부담의 원칙에 가장 적합한 세제이기 때문이다. 많이 번 자는 많이 부담하고 적게 번 자는 적게 부담하는 누진세 제도는 경제정의에도 부합된다. 이와 달리 소비세는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약간의 세율 인상에도 파급 효과가 커 함부로 손대기 어렵다. 또 법인세 인상은 해당 법인의 개인 주주에 대한 배당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전체적으로 볼 때 증세 효과가 의심스럽다.

이런 점을 고려한 프랑스 사회당은 전임 사르코지 정부의 재정긴축 정책이 이민자와 서민층에 대한 정부 지원을 줄임으로써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성장을 통한 고용 확대,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한 소득세 증세를 내세운 것이다.
이와 같은 기류의 밑바닥을 흐르는 정신은 레지스탕스 출신의 94세 노인인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라는 책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독일 나치에 저항했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프랑스인에게 몇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조국 프랑스를 지킨 것은 당시 언론매체가 보도했듯 부자에게 장악된 사회가 되지 않고 노동을 통해 스스로 살 길을 확보할 수 없는 시민에게도 생존을 보장해 주는 사회보장 제도를 꿈꾸었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젊은이에게 약자에 대한 멸시, 문화에 대한 경시, 만인의 만인에 대한 지나친 경쟁만을 제시하는 요즘 대중매체에 대해 분노하라고 촉구한다. 천박한 자본주의와 철학 없이 국정을 운영한 정치인에 대한 심판을 주문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인가. 조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세대의 목표는 과연 무엇이었는가. 적어도 지금처럼 몇몇 재벌과 슈퍼 리치 1%에게만 편중된 소득의 쏠림 현상, 중산층 붕괴, 양극화 심화, 지도층의 부정부패, 특정 지역 패권주의, 소통 부재의 정치, 국가와 공기업의 재정 건전성 악화, 남북 간 갈등 심화는 아닐 것이다.

조세 정책은 이 같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될 수 있다. 5월은 종합소득세 신고의 달이다. 소득이 많다는 것은 축복이지 결코 비난의 대상은 아니다. 같은 논리로 소득세를 많이 낸다는 것은 수치가 아니라 자랑이어야 한다. 그래야 국가와 민족의 앞날에 희망이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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