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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과일 가게 접고 길거리로' 트럭장사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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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장서 과일 사나요"...대형마트 아님 트럭으로 양극화

서울 영등포 청과시장의 전경. 이른 저녁이지만 찾는 손님들이 없어 적막감이 흐른다.

서울 영등포 청과시장의 전경. 이른 저녁이지만 찾는 손님들이 없어 적막감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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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장사가 잘 될때는 좋았지만 손님이 끊기고 임대료가 버겁다보니 과일가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트럭장사라도 해야 생계를 유지하니 어쩔 수 없죠." 양평동 골목 어귀에서 만난 과일 트럭 운전사 김모씨(46세)는 지난날을 회상하며 한숨지었다. 근처에서 조그맣게 과일가게를 운영하던 김씨는 올 초 가게를 팔고 트럭장사로 나섰다. 치솟는 과일값에 사겠다는 사람은 없고 재고만 쌓여 물건값 댈 엄두가 안났기 때문. 여기에 임대료까지 내려니 생활이 빠듯해 생계를 위해서라면 길거리 장사라도 나서야 했다.

이상기온으로 치솟는 과일값 때문에 가게 대신 길거리 트럭장사에 나서는 상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가게 장사가 안돼 어려움을 견디다 못한 일부 상인들이 1톤 소형트럭을 구입해 거리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씨처럼 가게를 처분하고 아예 길거리 장사로 나선 상인들도 부지기수다.
영등포 청과시장의 한 과일가게 주인은 "과일 값이 비싸다 보니 파리날리는 가게가 허다해요.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아예 트럭을 사서 좀 밑지더라도 파는 게 낫거든요. 이 시장에서도 몇 집이 트럭장사를 시작했을 정도로 어려워요"라고 말했다.

과일가게에 파리가 날리는 이유는 국산 과일 가격이 비싼데다 소비자들이 값싼 수입 과일을 대거 들여온 할인점 등을 주로 찾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오후 영등포 청과시장에서 만난 한 주부는 "제철 과일인 수박이나 참외를 사먹고 싶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엄두가 안 난다. 수입산 오렌지는 가격도 저렴하고 아이들도 좋아해 자주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영등포 청과시장에서 수박 한통은 2만원, 참외는 7개 1만원, 오렌지는 한 상자 1만원, 청포도는 한송이 4000원에 팔렸다. 또 사과와 배는 한 상자에 각각 8만원, 6만원에 판매됐다.
국산 과일인 수박(1통)은 지난 해 같은 기간 대비 5000원 올랐고 참외(10kg 기준)도 4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4만2000원)보다 6000원 이나 뛰었다.

실제 이날 영등포 청과시장의 양옆으로 늘어선 가게들은 신선한 국산 과일들을 내놓고 손님 준비에 한창이었지만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보니 놀고 있는 상점들 뿐이었다. 하품하며 졸고 있는 상인도 있었고 삼삼오오 모여 푸념을 늘어놓는 상인들의 모습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다.

수십년을 이곳에서 장사했다는 한 상인은 "그나마 과일을 찾는 손님도 국내산 과일은 커녕 미국 및 유럽연합(EU), 칠레 등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영향으로 가격이 떨어진 오렌지나 포도를 찾는다"며 "이렇다보니 수익이 남겠냐. 돈을 만져본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상인은 "가뜩이나 장사가 안 돼 죽을 맛인데 영등포 주변은 현대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할인점, 백화점 등이 급속도로 많아졌다"며 "백화점이나 마트로 장보러 가는 사람들만 늘어나다 보니 청과시장은 파리만 날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다보니 가게 상인들이 재고 정리를 하느라 트럭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트럭장사의 경우 가게에서 받는 제값을 받을 수 없어 상인들은 손해를 감수하고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럭장사에 나선 한 상인은 "가게에서 과일이 안 팔리다보니 어쩔 수 없이 트럭을 구입해 거리 판매에 나섰다"며 "트럭판매의 경우 10%를 내린 가격에 판매하다보니 적자폭을 줄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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