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칠수와 만수...대한민국을 생중계하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1980년대 최고의 화제 연극 '칠수와 만수'가 '확'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광화문 맞은편,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 갤러리 빌딩 옥외 광고물을 그리려 건물 꼭대기에 매달린 페인트공 칠수와 만수. 둘의 거침없는 독설(毒說)이 대한민국을 다시 뒤흔들기 시작했다.


연극 '칠수와 만수' 는 1986년 봄, 대학로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문성근과 강신일 투 톱을 내세워 400여 회 공연, 서울에서만 5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당대 최고의 사회극으로 자리매김한 작품이다. 1980년대 당시 억압받고 암울했던 시대 청년들의 애환을 날카로운 풍자와 웃음으로 풀어낸 '칠수와 만수'는 관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냈다. 기대 이상의 흥행만큼 상복도 이어졌다. 1986년 관객이 뽑은 연극 1위로 선정됐고, 이듬해인 1987년에는 23회 동아연극상 연출상과 23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대상ㆍ작품상ㆍ연출상을 휩쓸며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1988년에는 박광수 감독('그 섬에 가고 싶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연출, 안성기ㆍ박중훈ㆍ배종옥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2012년의 칠수와 만수...대한민국을 생중계하다 원본보기 아이콘

7월 8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에서 공연되는 뉴 버전 '칠수와 만수' (제작 극단연우무대, STORY P)는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복잡다단(複雜多端)한 사회 문제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폭압적인 군사 정권 아래 '억울한' 청년들의 모습을 그린 1986년 버전 '칠수와 만수'와는 달리 2012년 버전 '칠수와 만수'는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자본주의 논리 아래 횡행하는 사회의 부조리와 부정부패의 면면을 이야기한다.


문성근ㆍ강신일ㆍ박중훈ㆍ안성기ㆍ안석환ㆍ유오성ㆍ유연수 등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의 뒤를 송용진과 진선규가 잇는다. '헤드윅' '셜록 홈즈' 등 내놓는 작품마다 탁월한 연기력과 캐릭터 분석력으로 유일무이(唯一無二)한 그만의 캐릭터를 창조하는 '뮤지컬 스타' 송용진이 '한방' 인생 역전을 꿈꾸는 칠수로 분했다. 뮤지컬과 연극ㆍ영화ㆍTV 등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는 진선규가 2007년에 이어 5년 만에 만수로 복귀했다. 거침없는 연기 톤의 송용진과 안으로 '꾹꾹' 누르는 진선규의 연기 화학반응은 가히 최고라는 평가다.

2012년의 칠수와 만수...대한민국을 생중계하다 원본보기 아이콘

'칠수와 만수'의 시선은 실로 다양하다. 대기업이 동네 구멍가게 사업까지 뛰어들어 상권을 장악하는 현실, 아이돌 스타가 되기 위해 몸 바쳐 발버둥치는 10대 중고등학생들, 힘들고 위험한 일은 쳐다보지 않는 20대 청년들, 권력에 주눅 들고 돈 앞에 비굴한 밑바닥 서민들의 자화상 등 2012년 대한민국의 현재의 단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가장 역설적(ironic)인 부분은 1980년대 칠수와 만수를 분노하게 만들었던 사회 문제들이 여전히 '현재완료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칠수와 만수'는 대한한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꺼낼 수는 없었던 이슈들을 차례로 건드린다.

AD

사회 문제를 다룬다고 해서 내러티브까지 무겁고 딱딱하다고 추측하면 오산이다. 고(故) 스티브 잡스, 슈퍼스타K, 88만원세대, 비정규직 등 현재에 맞게 재구성된 시대 트렌드와 아이콘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극 중 메시지는 더 강렬해지고 재미는 배가됐다. 죽지도 않고 또 온 '칠수와 만수'의 저력은 바로 이런 데 있다.


2012년의 칠수와 만수...대한민국을 생중계하다 원본보기 아이콘


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제공 극단연우무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