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증권사도 공범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10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모든 증권사가 주가가 급변한 종목을 투자정보로 제공하고 있었다. 5분 전이나 10분 전 혹은 1시간 전에 비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르거나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종목을 순서대로 나열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단주 주문 주가조작범들은 시세조종 대상 종목을 골랐다.
문제는 이런 행위가 증권사들의 이익과도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자자에게 투자편의를 제공한다는 미명아래, 단주 주문을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테마주 주가조작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결국 다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과 연관이 있지 않겠냐”며 우회적으로 증권사들의 행태를 꼬집었다.
실제 ‘단주 주문 시세조종꾼’들은 모두 각 증권사의 VIP고객이다. 주가조작 수법상 5분 안팎의 시간 안에 수백회의 계약을 체결해 일반투자자를 유인하는 ‘미끼’로 사용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많이 지불할 수밖에 없다.
시세조종 등의 위법행위는 모두 개인들이 저지르면서 증권사는 덩달아 수수료라는 범법행위의 열매를 나눠가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재주는 곰(주가조작범)이 넘고 돈은 주인(증권사)이 번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한편 미래에셋, 삼성증권 등은 고객이 주문 실수로 손실을 볼 것을 우려해 매수·매도 주문에 대한 단축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모두 단축키로 한 번에 체결되지 않고 확인버튼을 한 번 더 누르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양증권과 대우증권도 주문 타이밍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주문 단축키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주식에 대해서는 단축키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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