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길게 줄 선 매장…"이상하게 따라서 줄서고 싶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길게 줄 선 매장…"이상하게 따라서 줄서고 싶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28일 저녁 2호선 신촌역. 한 테이크아웃형 매장 앞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잇고 있었습니다. 무료로 제품을 나눠주는 것도 아니고 연예인이 와서 사인회를 하는 것도 아닌데 이 많은 사람들은 어쩌자고 지하철역 한 가운데에서 길게 줄을 서서 베이커리와 음료를 사려고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하릴없이 줄 선 사람들이 싱겁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얼마나 맛있기에 이 많은 사람들은 줄을 섰을까'라는 생각에 어느 새인가 그 무리에 함께 섞여 줄을 서게 되곤 합니다.

"어디 갈까?" "아무데나" "뭐 먹을까?" "아무거나"
친구과 함께 밖에서 식사 메뉴를 정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메뉴 이름(?)은 '아무거나' 입니 다. 음식점을 선택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유부단함의 극치를 보여주며 먹자골목만 뱅뱅 맴돌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결정을 쉽게 해주는 '기준'이 있으니…. 바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줄 서 있는 음식점이지요.

서울 종로 광장시장. 원단골목에 위치한 '마약김밥' 가게는 매일 북새통을 이룹니다. 주말 이면 20분~30분씩 기다려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한 번 먹으면 마약처럼 끊을 수 없다' 고 해서 마약김밥이라고 별칭이 붙었지만 사실 이곳 꼬마김밥이 그렇게 대단한 비법을 가진 건 아닙니다.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한 밥에 볶은 당근, 부추, 단무지를 넣고 야무지게 돌돌 말아 만든 게 전부이니까요. 40여년 된 손맛의 차이겠죠. 어찌되었든 이 마약김밥을 먹고 싶어 시장 끝까지 길게 줄 선 손님들을 찬찬히 보니 마약의 '중독성'보다 마약의 '호기심' 때문에 온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한 젊은 커플은 "얼마나 맛있기에 사람들이 시장 밖에까지 나와 줄을 섰는지 궁금했다"면서 "사람들이 줄 서 있으니까 괜히 나도 따라 같이 서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A마약김밥 집 앞에 줄이 길게 서 있으면 이곳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 줄을 서고 얼마 후, B마약김밥 집에 사람들이 모여있으면 이쪽에 금세 긴 줄이 생기 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쯤 되면 어디가 원조인지는 사람들에게 중요치 않아 보입니다. '맛'보다는 '줄'인 셈이지요.

이러한 '줄서기의 법칙(?)'은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도 통하는 법인가 봅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의 프라다 매장 입구에는 백화점 로비층을 두 바퀴 휘휘 돌아 서있 는 입장객들로 북적였습니다. 길게 줄 선 프라다 매장을 보고 있노라면 다른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프라다가 단연 인기있듯 비춰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매장에 입장한 고객 들을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매장 출입 인원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지요.

루이뷔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말이나 공휴일처럼 손님이 몰릴 때에는 매장 출입 인원을 일정 수 이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쇼핑하는 고객들이 매장 내에서 보다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1:1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기 차원이라고 하네요.

길게 줄 선 매장…"이상하게 따라서 줄서고 싶네" 원본보기 아이콘
일부 레스토랑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매장을 관리하는데요, 좌석이 곳곳에 비어있음 에도 불구하고 대기 명단에 이름을 먼저 올려놓는 식입니다. 직원들이 테이블 세팅을 하는 동안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들어가서 앉아서 기다려도 될 것 같은데 무조건 줄 먼저 세우는 거죠. 그런데 신기한 건 그렇게 밖에서 대기하다보면 어느새 등 뒤로 사람들이 쪼르르 줄 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곳은 사람들로부터 '검증받은 곳'이라는 인상을 주게 되어 맛이나 품질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 믿어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면서 "가끔 손님이 없을 때면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서라도 매점 앞에 줄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길게 줄 선 매장을 보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오주연 기자 moon170@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