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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성환 "찰떡궁합 성남, 내겐 커다란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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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성환 "찰떡궁합 성남, 내겐 커다란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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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궁합이 잘 맞는다는 건 긍정의 메시지다. 인위적인 노력 이상의 운도 따라야 한다. 운동선수에게도 궁합은 필요하다. 지도자 혹은 팀과의 어우러짐이다. 축구국가대표팀 최강희 감독은 “선수 능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자신에 맞는 감독과 팀을 만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성남일화의 김성환(26)은 소속팀과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2009년 드래프트 1순위로 노란 유니폼을 입은 그의 행보는 늘 청신호였다. 쟁쟁한 선배들 틈에서 핏덩어리 같던 새내기는 당당히 주전 자리를 꿰찼다. 꾸준한 출전으로 이름을 알렸고 감독의 신뢰도 높아졌다. 입단 첫 해 K리그 준우승과 이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2011년에는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정상의 짜릿함을 맛봤다. 거침없는 상승세는 프로데뷔 4시즌 만에 리그 100경기 출장이라는 금자탑으로 이어졌다. 광안중-동래고-동아대를 거친 정통 ‘부산 사나이’는 어느덧 진정한 ‘성남맨’으로 자리 잡았다.
스스로를 “억세게 운 좋은 놈”이라 말하는 그의 다음 발자취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최근 팬들의 잊지 못할 선물로 콧노래를 부르는 김성환을 만나 그가 꿈꾸는 장밋빛 미래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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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ayer Day(플레이어 데이), 그 특별했던 하루

지난 22일 탄천종합운동장. 광주FC와의 홈경기가 열린 이 날은 김성환에게 특별한 하루였다. 올 시즌 성남이 진행하고 있는 플레이어 데이 주인공으로 선정된 것. 리그 100경기 출장 기록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그의 배번을 상징하는 전반 16분경 팬들은 1분 동안 기립박수를 치며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경고누적으로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지만 감동은 두 배로 다가왔다. 김성환은 “100경기 출전은 솔직히 생각지 못한 기록이었다”면서 “날씨도 좋지 않았는데 많은 관중들이 격려해주는 모습에 감격했다. 눈물이 나올 뻔 했다”라고 회상했다.
당시 전반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던 성남은 에벨톤의 해트트릭을 묶어 4-2로 역전승을 거두고 이벤트를 더욱 빛냈다. 올 시즌 안방에서 거둔 리그 첫 승이었기에 의미는 남달랐다. 그는 “먼저 골을 허용하고 불안해서 후반 내내 서서 지켜봤다. 지면 내 책임인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며 “결과적으로 내가 운이 좋은 것 같다”라고 웃음 지었다.

최근 센트럴코스트(호주)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시즌 첫 골을 터뜨린데 이은 겹경사다. 김성환은 잇단 호재에 감사하는 의미로 팬들을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한다. 오는 2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수원과의 라이벌전을 앞두고 원정응원단에 치킨을 공수하며 성원을 부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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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은 내게 곧 기회였다

김성환은 소위 말하는 ‘운빨’이 따라주는 선수다. 학창시절 내내 큰 부상이나 슬럼프 없이 비교적 순탄한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대학 진학 후에도 1학년부터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실력을 발휘했다. 기회는 프로에서도 계속됐다. 2008년 말 당시 김학범 감독의 선택을 받고 드래프트 1순위로 성남에 둥지를 틀었다. 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주전 경쟁은 험난해 보였다.

공교롭게도 위기와 함께 기회는 찾아왔다. 2009년 동계훈련을 앞두고 부임한 신태용 감독은 세대교체를 선언하며 젊은 유망주들을 중용하기 시작했다. 김성환은 “새 감독이 오면서 세대교체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처음에는 후보명단에나 들어가겠나 생각했는데 감독이 바뀌면서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것 같았다”라고 밝혔다. 학창시절 내내 공격수로 활약했던 김성환은 신 감독의 전술 구상에서 수비수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당시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하던 오른쪽 풀백이 첫 포지션. 어색했지만 눈도장을 찍는 계기였다. 곧바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향한 김성환은 데뷔 첫 시즌 33경기를 소화하며 중심 역할을 해냈다.

구단 지원이 축소되고 핵심 멤버들이 하나둘 팀을 떠나면서 존재감은 더욱 높아졌다. 2010년 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를 병행하며 50게임이 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해는 주전 선수들의 줄 부상으로 정상적인 엔트리 구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팀 동료 전성찬과 함께 중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10월 FA컵 우승을 확정한 뒤 “김성환과 전성찬이 특히 잘해줬다”며 이례적인 고마움을 표시한 바 있다.

김성환은 “2010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체력안배나 이기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며 “작년에는 교체 멤버도 없는 상황에서 힘든 순간이 많았다. 감독님도 그런 부분을 이해해준 것 같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나를 지탱해준 그 이름 ‘아저씨’

그라운드에서 선보이는 김성환의 플레이는 지극히 남성적이다. 거친 태클과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공수에서 선 굵은 축구를 선호한다. 때로는 심판 판정에 격한 반응을 보이며 분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그래서일까. 그에게는 아저씨 팬들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김성환은 “아저씨 팬 가운데는 아무데나 공을 차도 무조건 좋다는 사람들도 있다. 경기 중에 격한 플레이를 보여주면 난리가 난다. 환호하는 소리가 멀리서도 들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여학생들은 목소리가 작아서 응원 소리가 안 들린다”며 “아저씨 팬들은 적은 숫자여도 귀에 쏙쏙 박힌다. 솔직히 학생들은 좋아하는 선수가 금방 바뀌지만 아저씨 팬들은 꾸준하다는 게 장점”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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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알 성남’의 부활?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성남은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명가 재건을 꿈꾸며 적극적인 선수영입에 나섰다. 김성환이 자리한 미드필드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윤빛가람, 김성준 등 포지션 경쟁자들이 합류했다. 김성환은 “올해는 경기에 못 나갈까봐 압박감이 있었다. 작년에는 1, 2군 기량 차이가 많았지만 올해는 대체 자원이 많아졌다. 조금만 못하면 다른 선수들이 치고 들어오니까 자리를 안 뺏기려고 더 노력하는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우려와 달리 주전 입지는 변함없다. 오히려 이적생들의 잇단 불협화음으로 가치는 더욱 두드러졌다. 최근에는 부상으로 빠진 사샤를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차고 후배들을 다독인다. 김성환은 “비록 4년차지만 팀에서는 고참급에 속한다”면서 “내가 못하면 훨씬 뛰어난 선수가 그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다. 포지션 경쟁에 대한 욕심은 늘 가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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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 ‘레전드’를 꿈꾼다

김성환은 꾸준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대표팀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연령별 청소년 대표를 포함해 한 차례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지난해 3월 생애 첫 국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렇다 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씁쓸히 물러났다. 그는 “늘 미드필더를 해오다가 대표팀에서 갑자기 측면 수비를 맡게 됐다”며 “적응이 안 돼 보여준 것도 없이 그냥 돌아왔다”라고 아쉬움을 달랬다. 이어 “대표팀은 축구선수라면 당연히 갖는 목표다. 하지만 소속팀 성적이 좋아야만 기회도 오는 것 같다”며 “지금은 성남 우승에 집중하면서 더욱 분발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김성환은 “가급적이면 성남에서 선수생활 끝까지 몸담고 싶다. 한 팀에서 오랫동안 뛸 수 있다면 훨씬 뜻 깊은 일”이라며 “그 자리에 꼭 필요한 선수로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덧붙였다.

운 좋게 흘러왔다지만 피땀 어린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00경기 출장은 서막에 불과하다. ‘레전드’를 향한 본격적인 도전은 이제부터다.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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