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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뉴타운 현장 찾아보니.. '반쪽' 대책에 울고웃는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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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구역별로 희비 엇갈리는 신길뉴타운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지난 21일 찾은 신길 뉴타운. 지하철 신풍역에 내려 1구역부터 16구역까지 구석구석을 누비는 동안 을씨년스런 봄비는 추적추적 계속됐다.

이곳에서는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뉴타운 출구전략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늘었다는 평가와 함께 반쪽 정책이라는 비판이 공존했다.
먼저 들른 7구역은 과거의 잔재와 미래의 희망이 공존했다. 창문이 빠진 집들은 휑하니 속내를 드러냈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후 철거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집주인을 기다리는지 철거를 기다리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이곳이 누군가의 따뜻한 집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올라가자, 시야가 탁 트였다. 알싸한 냄새 사이로 건물의 잔해가 널부려져 있었다. 포크레인은 육중한 팔로 건물들을 부숴내고 있었다. 서울 시내가 고스란히 한 장면에 담겼다. 밑으로 다닥다닥 붙어 내려간 빨간 벽돌집들에게서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지금은 프리미엄이 있다. 물건마다 다양하다. 84㎡형(33평형) 물건 중에 권리가 6700만원, 프리미엄 8000만원 정도 붙은 게 있다. 매가는 1억4700만원이다. 권리가가 높을 수록 프리미엄은 마이너스로 떨어진다. 시장이 안좋아 그런지 소형에 대한 문의가 많다."

7구역에는 대지면적 7만567㎡에 위치한 712동 가량의 건물을 들어내고 1521가구에 달하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경기침체로 정비사업지내 위치한 물건들의 가격이 떨어진다고 난리다. 하지만 철거작업이 시작되면 일단 아파트가 올라가니 기웃거리는 사람도 종종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이어 찾은 8구역은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겼다. 간신히 차 한 대가 들어갈 만한 공간만을 남기고 차들이 즐비했다. 길을 걷다 차가 지나가면 주민들은 익숙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피했다.

"화요일 조합원 총회를 연다. 사실 옆 동네에서 철거하니 마음이 심란하다. 분양 신청까지 완료됐으니 이제 관리처분에 철거까지 들어갈텐데 추가분담금이 다른 구역보다 4000만~5000만원 가량 비싸 걱정이다."

8구역내 3층 빌라에서 외출하던 한 주민은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눈치였다. 조합 측은 오는 24일 정기총회를 통해 설계변경과 정관 변경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올 가을 쯤이면 관리처분하고 내년 이맘때면 이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정비사업을 해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지는 않았다. 출구전략에 따른 매몰 비용이 문제여서다.

9구역도 정기총회가 5월초 예정돼 있다. 인근 공인중개소에서는 "나이드신 분들 위주로 사업 추진 반대에 나서고 있다"며 "소송도 들어가고 해서 시간이 좀 필요할 듯 하다"고 답했다.

12구역 주민들은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법원에서 조합설립무효 확인소송에 대한 판결을 내야 하는데 5개월째 묵묵부답이란다. 사업지내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다른 곳은 공사도 하는 것 같은데 여기는 하겠다는건지 말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소는 "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분들이 있다"며 "조합을 다시 설립하게 된다고 해도 사업 자체가 무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3·16구역도 분위기가 좋진 않았다. 3구역은 관리처분을 앞두고 있으나 중대형 평형대가 많아 설계 변경이 필요하다는 주민이 많았다. 16구역은 뉴타운 해제를 원하는 주민이 40%나 된다는 얘기가 돌았다. 서울시도 지난 1월 뉴타운 해제가 유력시되는 지역 중 하나로 꼽았다. 하지만 진위 여부는 가려봐야 했다. 서울시도 조합 및 추진위의 매몰비용에 대한 부분을 빼놓은채 뉴타운 출구전략을 내놔 이들이 가야할 길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뉴타운내에서도 각 구역마다 사정이 달랐다. 사업에 대한 찬반이 공존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제시한 50%에 도달할지는 의문이었다. 매몰 비용에 대한 결정도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갈팡질팡 하는 사이 수년이 흘렀다는 한 주민은 "어디든 내 돈을 주고 살고 싶으면 살면 되는 것 아닌가. 이제는 지쳐버렸다"며 손사래를 쳤다. 어지럽게 내리는 빗속에서 신길 뉴타운은 묵묵히 서 있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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