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기자수첩]유럽에 마이너스 통장 만들어주는 한국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워싱턴=박연미기자] "한국이 IMF에서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는 걸 기억하는 건, 우리 뿐이다. 우린 이제 롤모델로 불린다"

우리나라가 20일 오전(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원 확충을 위해 150억달러를 제공하기로 했다. IMF가 유럽에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주기로 했고, 여기 들어가는 돈의 일부를 부담하게 됐다는 의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앞서 영국(150억불)·호주(70억불)·싱가포르(40억불)와 함께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이런 계획을 밝혔다.

워싱턴 현지에선 '유럽 문제는 유럽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결자해지(結者解之)다.

하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영국, 호주 등과 그룹을 지어 예상을 웃도는 금액을 내놓겠다며 선수를 쳤다. 여기엔 유로존의 안정이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 있었다. G20의 리딩 그룹이 되겠다는 선점 효과도 노렸다.
하지만 이날의 '통큰 베팅'이 주는 의미는 이게 다가 아니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동반했던 일명 'IMF 시절'이 오버랩돼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외채 규모는 1600억달러 남짓이었다. 이 돈의 4분의 1도 안되는 3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빌리기 위해 한국은 IMF의 처방전을 받아들였다. 살인적인 고금리 처방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부채 탕감은 없었고, 빌린 돈은 고리를 물며 악착같이 갚았다.

그리고 불과 15년. 한국은 이제 콧대 높던 유럽에 돈 꿔주는 나라가 됐다.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기구과장은 "IMF와 세계은행이 있는 워싱턴에 거듭해 올 때마다 '한국의 위상이 정말 달라졌구나' 하는 걸 피부로 느낀다"면서 "이젠 한국이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었다는 걸 기억하는 나라도 드물다"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계속 울면서 고맙다더라"…박문성, '中 석방' 손준호와 통화 공개

    #국내이슈

  •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美 볼티모어 교량과 '쾅'…해운사 머스크 배상책임은?

    #해외이슈

  •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송파구 송파(석촌)호수 벚꽃축제 27일 개막

    #포토PICK

  •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제네시스, 네오룬 콘셉트 공개…초대형 SUV 시장 공략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 용어]건강 우려설 교황, '성지주일' 강론 생략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