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물어왔는지 모르겠지만 나무 조각 하나하나를 엮어서 만든 둥지는 매서운 비바람에도 잘 견뎠습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부모 까치들이 연신 둥지를 오가는 것을 보니, 둥지 안에는 새끼가 있는 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척박하게만 보이는 여의도에서도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일련의 과정을 바라보니 금감원 조직원들이 인사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의 안위 여부를 알만한 사람에게는 누구라도 만나 분위기를 살피고, 힘 있는 기관에 연락해 자신의 자리보전을 요청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왜 그럴까요? 정답은 간단합니다. 이번 인사에서부터 물을 먹는 직원이 생겨날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입니다. 외부 기관으로 이동이 불가능해지다 보니 금감원내에는 간부급 인사 적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선배들이 빠져나가야 후배들이 그 자리를 이어 받는데,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쉽게 옷을 벗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금감원은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각 분야 감독기관이 하나로 뭉친 조직입니다. 그래서 부서간 이동의 벽이 아직은 높고, 평균화 된 업무 평가 기준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직원을 자르는 기준을 세우기란 더욱 어렵겠지요. 이런 점을 감안해 권 위원장이 많은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상이 소폭이더라도 '잘리는' 조직원이 발생하는 이번 인사에 금감원 조직원들의 반발도 거셀 것 또한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 결론을 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올 들어 인사 때문에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기업은 직원들이 잘리는 게 상시화 돼 있는 상황에서 금감원 직원이 생존이라는 자리에 집착하는 모습만 계속 보여주니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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