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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 놓은 경찰, 죽어간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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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경찰이 넋 놓은 사이 꽃다운 20대 여성은 무참히 꺾였다. 지난 1일 경기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인사건은 경찰의 총체적 수사체계 부실이 부른 참극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처리 과정을 지휘선상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고, 112신고센터는 엉뚱한 지령을 내렸다.
8일 경기지방경찰청은 이 같은 수사결과와 감찰결과를 발표하고 수원중부경찰서장과 112신고센터 총괄책임자 등 10명을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

◆경기청장, 녹취록 사건 엿새 뒤 인지=이날 경기경찰청 감찰 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을 최초 수사한 수원중부경찰은 사건을 '단순 성폭행'으로 판단하고 지휘선상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수원중부서 형사과장은 사건 당일 현장에 출동한 강력팀장으로부터 사건 발생 1시간여 만인 2일 자정 무렵 상황을 보고받았지만, 단순 성폭행 사건으로 판단하고 경찰서장에게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 이에 수원중부서장은 사건 발생 10시간여 만인 2일 오전 8시40분께 뒤늦게 상황을 보고 받았고, 경기경찰청에는 이날 오후 12시께 전달했다.
더군다나 범인 검거 이후에 뒤늦게 사건을 인지한 경기경찰청 형사과장은 신고상황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천호 경기경찰청장에게 "(수사를)잘 한 사건"이라고까지 보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 청장은 사건 발생 엿새가 지난 7일에서야 피해자와 112신고센터의 7분36초 통화내역을 확인했다.

◆엉뚱한 지령 내린 112신고센터=112신고센터의 엉뚱한 지령은 경찰의 부실한 탐문을 불렀다.

감찰 결과 112신고센터 근무자는 긴박한 상황임에도 신고자의 위치와 주소를 반복해서 질문하는 등 신고접수를 미흡하게 했고, 지령요원에게는 범행장소를 특정할만한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전화를 통해 '지동초교를 지나서 못골놀이터 가는 길', '지동초교에서 못골놀이터 전의 집'이라고 수차례 현장을 설명했는데도, 112신고센터 근무자는 '못골놀이터 가기 전 지동초교 쪽'이라고만 전달해 현장에 혼선을 줬다.

특히 112신고센터 근무자는 피해자가 집 안에 있다는 사실을 누락했고, 접수처리를 총괄하는 센터 팀장도 이를 바로잡지 않고 그대로 지령자에 전달했다.

또 통화 과정을 센터 근무자들이 함께 들을 수 있는 내부공청이 이뤄진 상황에서 피해자의 비명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지만, 센터 근무자들은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 성범죄나 부부싸움으로 치부했다.

실제 통화가 5분44초 정도 지났을 무렵 센터 근무자가 "부부싸움 같은데"라고 말하는 내용이 그대로 녹음됐다.

수원중부서 상황관리관도 112신고센터로부터 '코드-1, 성폭행 진행중'이라는 지령을 받아 놓고 단순 성폭행으로 판단해 현장 경력 추가 배치나 보고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서 청장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경찰의 기본적 책무를 완수하지 못한 데 대해 깊이 자책하고 반성한다"며 "다시는 이런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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