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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주식talk⑬]파생상품이 집을 빼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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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리즘 러브스토리(미국, 2009)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영화 '캐피탈리즘 러브스토리'는 미국의 자본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만든 다큐멘터리다. 그 논란의 중심에 파생상품이 있다. 영화는 자산가격의 변동으로 생기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고안된 이 금융상품이 어떻게 미국 경제를 파탄 일보직전까지 몰고 갔는지를 다소 과격하면서 거칠게 보여준다.

“주택자산을 활용하세요”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지낸 엘런 그린스펀이 한 말이다. 영화 속 엘리자베스 하버드대 교수는 엘런 그린스펀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미국 노인층 대다수가 집을 담보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집에서 쫓겨나게 됐다는 것이다.
영화에 출연한 한 노부부는 30일 안에 집에서 나가라는 퇴거 명령을 받는다. 이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던 농장과 집을 담보로 잡혔다. 매월 1700달러를 냈다. 처음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2000달러, 2300달러, 2700달러까지 월납입금이 늘어났다고 증언한다.

그들은 컨트리와이드와 같은 주택담보 대출 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다. 모기지 회사는 부채가 많은 가정, 보증금이 부족한 젊은 부부, 소득이 적은 자영업자들에게 마케팅을 해왔다.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소득계층에게 초점을 맞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미국 부동산 시장 하락과 함께 파탄이 났다. 대출을 해준 모기지 금융회사가 이 채권을 이용해 자산유동화증권(MBS)를 만들어 냈고,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 같은 대형 투자은행이 이 증권을 판매했다. 신용도가 낮은 계층을 상대로 대출을 해주고 고금리를 받을 수 있는 이 상품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부동산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대출금리가 올라가고 대출자들은 상환 압박을 심하게 받는다. 영화 속 노부부와 같은 경우다. 금융사들은 집을 압류했지만 이미 대출금보다 가치가 떨어진 상태였다. 상환되지 않는 불량채권을 손에 들게 된 모기지 회사와 이 채권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수많은 증권들을 사들여 거래를 하던 대형 IB들에게 손실이 전가되고 이들의 주가는 폭락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다.

문제는 또 있었다. IB들이 자신들이 짊어진 상환위험을 전가하기 위해 다시 신용부도스왑(CDS)이라는 파생상품을 만들어 보험사에 판매한 것이다. AIG 같은 세계적인 보험사가 휘청했다.

미국 정부와 업계가 문제를 알아챘을 때는 저소득층 가정이 담보로 맡긴 주택에서 나온 유동성이 이미 수많은 파생상품으로 나뉘어 거미줄 같은 거래로 엉킨 상황이었다. 이들이 만든 상품은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복잡했다. 2008년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질 때도 정확한 손실규모를 추정하기 힘들 정도였다.

감독인 마이클 무어의 영화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선다. ‘화씨911’, ‘식코’ 등 그가 만든 영화는 사회에 적지 않은 이슈를 만들어냈다. 과장된 편집과 무모한 행동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다.

이 일부에서는 그의 다소 극단적인 문제 해결 방식에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가속화된 미국 정부의 파생상품규제 완화 정책은 다수가 인정하는 문제로 남아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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