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국민의 직접 참여는 이미 트렌드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작년부터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송에 우후죽순 넘쳐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방송들이 선거와 참 닮았다고 생각했다. 수만 명의 지원자 속에서 지역 예선, 결선을 거쳐 최종 심사는 심사위원뿐만 아니라 TV 시청자들의 실시간 투표로 결정된다. 사실상 시청자의 선택이 최종 우승을 좌우하는데, 시청자가 심사위원의 결정을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선택을 스스로 한다는 점에서 서바이벌 오디션과 선거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내 한 표가 '위대한 탄생'을 만들 수 있다는 짜릿함과 자부심에서도 말이다.
필자는 평소에도 대한민국 국회에 '회계ㆍ경제ㆍ감사'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무엇인가? 바로 예산심사와 국정감사다. 그런데도 1년에 325조원에 달하는 정부예산심사, 국정감사를 해야 하는 국회에 회계와 감사 실무 경력을 가진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또한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윤리, 회계투명성, 사회적 책임 등이 강조됐으나, 현재 국민이 달라진 것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도 금융과 경제라는 복잡한 제도에 개혁을 불러일으킬 소금의 역할을 할 회계와 감사 전문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인천시와 천안시의 분식회계 사태를 보면서 회계사 출신 국회의원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다. 또 올해부터는 복식부기ㆍ발생주의 회계기준이 중앙부처에 전면 적용된다. 새로 뽑힌 국회의원들의 첫 임무도 6월 국회에서 이런 새로운 회계기준으로 작성된 감사보고서와 결산자료를 감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제가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전 세계가 하나의 통합된 경제권이며 국가적 경제위기에 무엇보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최근 정치권도 경제적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영입한다. 이번 선거에서 정당마다 '경제민주주의'를 부르짖는 것도 그만큼 경제 안정화와 공생이 화두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경제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에 좀 더 경험을 가진 국회의원이 탄생되길 바라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총선은 4년마다 열리는 정치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매번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우리의 대표가 되기를 희망했다. 올해에는 더욱 국민에게 감동과 행복을 주는, 그리고 4년 후에는 '국민의 슈퍼스타'가 될 그런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선출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권오형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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