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모든 경제 위기 이후의 회복 국면은 똑같다면서, 2008년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 경제가 조만간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로고프 교수는 심각한 경제 위기 뒤에는 기나긴 경기침체를 지난 뒤라야 회복국면에 접어 들 수 있을 것이라며 빠른 회복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경제위기 전만 해도 미국의 실업률은 4.4%였지만, 지금은 8.3%에 이르고 있으며, 주택 가격 역시 아직 바닥을 치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경기가 회복됐다고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단순히 1인당 GDP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면서 산업생산, 실업률, 주택가격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야 본격적으로 경기침체가 끝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1991년 위기를 맞은 이후 1998년 2분기에 일본의 GDP가 바닥을 친 것으로 나오지만, 이때 회복세로 돌아서기는커녕 더블딥에 빠졌다고 말했다. 즉 산업생산이나 실업률, 주택가격으로 놓고 봤을 때 미국 경제의 회복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경제 상황은 도리어 악화될 수 있는 여지도 많다는 것이다.
로고프 교수는 미국의 주택 가격은 여전히 하락하고 있으며, 중소기업들 역시 신용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역사가 전해주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1953년 생인 그는 뉴욕 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로고프 교수는 미국 MIT에서에서 박사를 마친 뒤 위스콘신주립대, 버클리대, 프린스턴대를 거쳐 현재 하버드대 경제학과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는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중인 2009년 9월 라인하트 교수와 함께 ‘이번엔 다르다’를 내놨는데, 이 책은 워싱턴포스트(WP)에서 ‘금융위기에 대한 최고의 책’이라는 찬사를 받는 등 전 세계 학계와 언론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는 또한 체스의 달인으로도 유명하다. 10대 시절 체스로 미국 전역을 휩쓸었던 그는 25살이 되던 해인 1978년에 국제체스연맹이 최고의 체스 고수에게만 부여하는 ‘그랜드 마스터’ 타이틀을 획득한 바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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