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자들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에서 촉발된 유럽과 미국의 위기를 진단하고 국내 경제 상황으로 초점을 좁혀 나간다. 두 개의 주요한 축이 논의를 지탱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좌파'들이 진보의 이름표를 달고 있는 상황이다. 대담자들은 이 '경제민주화와 시장개혁을 주장하는 분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한다. 그들의 주장대로 재벌을 분리하면 분리된 각각의 기업은 글로벌 금융자본의 먹잇감이 될 것이다. 상하이차는 쌍용자동차 인수 당시 투자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기술만 빼가 '먹튀' 논란을 불러 왔다. 건실한 기업이던 하이닉스는 미아 신세가 됐고 한미은행은 칼라일이, 외환은행은 론스타가 가져갔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할 때 '진보' 세력은 비난을 퍼부어댔지만 한국 경제는 그 덕분에 생존할 수 있었다.
대담자들은 기존의 진영 논리 밖에서 '무당파적' 줄타기를 보여 준다. 이들이 염두에 두는 것은 한국 경제의 체질에 맞는 합리성이다. 이들은 박정희의 경제정책이 지녔던 효율성을 인정하고, 국내에서 신사업을 키울 만한 여력을 지닌 경제주체는 재벌인 만큼 안정적인 경영권 상속을 법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대신 주주 자본주의를 제한하고 각종 법적 규제와 제재수단을 동원해 재벌이 벌어들인 이익이 건강한 고용창출과 투자를 통해 사회로 흘러들어갈 통로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적극적으로 '관치'하되 회전문 인사 등으로 벌어질 부정부패를 막고 관료들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재벌 개혁과 중소기업 활성화 역시 복지국가가 들어설 때 가능해진다. 최저임금제를 강화하고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같은 임금을 주는 연대 임금 원칙으로 생산성이 낮은 한계 기업을 퇴출,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을 성장시킨다. 중소기업도 자랄 수 있고 노동자도 정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방안이다. 실직해도 문제가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의 실업수당을 도입하면 기업 입장에서도 경영상태에 따라 쉽게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 생존을 기업에 의탁해야만 하는 불안감이 사라지면 창업에 도전하는 인구도 늘어날 것이다.
복지국가는 '노동자들의 삶을 공적으로 보장'해 '한국 경제의 성장과 산업 고도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다. 복지를 대책없는 분배로 정의내리는 일부의 시각과는 정반대다. "복지는 '이제부터 파이를 모두 나눠먹자'는 차원이 아닙니다. 복지국가는 그렇게 한갓 분배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되는 거예요."(장하준, 335쪽) 이들은 '보편적 복지' 국가가 먼 꿈이 아니라고 본다. "지금은 우리의 복지 수준은 OECD 최하위권으로 멕시코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1961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착수했을 때처럼 전 국민의 힘을 모아 복지 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를 바라보며 힘차게 나아간다면 10년 후에는 이탈리아 수준, 30년 후에는 스웨덴 수준의 복지국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423쪽)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선택의 기준을 명료하게 제시하는 책이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나, 최소한 앞으로 어떤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할 지 결정을 내리기 쉬워질 것이다. 특히 2012년 한국 사회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은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정답'은 과연 무엇일까. 이제는 선택의 시간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장하준, 정승일, 이종태 지음/부키/1만4900원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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