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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과학기술은 현존하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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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젊은이는 현존하는 미래'라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다. '청소년은 국가의 미래'처럼 언뜻 듣고 지나칠 만한 다소 진부한 표어일지 몰라도 과학기술자로서 이 말은 '과학기술은 현존하는 미래'라는 말로 환치되어 머릿속을 맴돌았다.

변화하는 세상의 뒤편엔 늘 과학기술이 있었고, 과학기술이 바꾸는 세상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특히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들을 대거 등장케 한 항공우주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원으로서 '현재적 존재로서의 과학기술의 미래가치'라는 다소 철학적인 주제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과학기술의 '현재가치'에 대해 살펴보고 싶다. 천체망원경을 처음으로 만들어 우주 관측을 시작한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1610년 1월에 목성의 주위를 돌고 있는 네 개의 위성을 발견했고, 사람들은 이 위성들을 갈릴레이 위성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갈릴레이의 목성 위성 발견은 당시 유럽의 종교ㆍ과학계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하는 중요한 근거가 됐고 이 때문에 갈릴레이는 종교재판에 회부됐다. 뛰어난 과학기술을 통해 이루어낸 과학적 발견이 종교적 잣대, 정치적 힘의 논리에 묻혀 이단으로 취급받게 됐던 것이다.

과학기술의 양면성도 생각해 볼 주제다. 거시 관점에서 과학기술은 인류를 발전의 길로 이끌었다. 그러나 미시적으로는 늘 긍정과 부정의 성향을 동시에 보인다.

예를 들자면 화석연료 개발로 안락하고 편리하고 편안한 생활을 제공했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을 위협할 만한 환경오염을 가져왔고,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소통의 도구를 제시했지만 사생활 침해나 정제되지 못한 집단행동과 같은 무질서함도 가져왔다. 간혹 핵폭탄이나 배아복제처럼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할 만한 과학기술도 그 반대편에선 원자력 에너지와 생명연장의 꿈을 현실화하는 등 순기능적으로 작동해 왔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당대에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과학기술이나 부정적 영역에서 존재했던 과학기술도 미래를 규정 짓는 학설이 될 수 있고, 인류가 평안함을 안위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할 수도 있다. 어떤 시점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다 하더라도 과학기술은 늘 미래적 가치를 내재하고 있다는 말이다.

과학기술의 이 같은 속성 때문에 과학기술은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점에 대한 충분한 도덕적 성찰이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이 당장의 상황을 결정하거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미래를 결정 짓거나 바꿔 놓을 수 있는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과 기술이 미래가치에 대한 도덕적 성찰과 분리돼 존재했을 때 그것이 가진 양면성 중 부정적 면이 부각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오늘날 누구도 과학기술이 국가와 세계의 성장동력이라고 믿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과거에도 지금도 과학기술은 분명히 경제발전을 추동하는 가장 큰 힘이었다. 그래서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한 전폭적인 투자와 환경 조성 등이 요구될 때 반드시 '성장동력으로서의 과학기술'이라는 논리가 따라왔다.

그러나 이제 '과학기술의 발전'이라는 어젠다를 생각할 때 더 이상 경제논리만을 우선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리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과학기술이 또 어떤 양면성을 보여줄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에 대해 '현존하는 미래가치'라는 인식이 커질 때 우리는 더 인간적인 과학기술, 더 편안하고 평화로운 미래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김방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지궤도위성관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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