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29일. 기름값이 사상 최고치를 보이는데도 휘발유 소비가 외려 늘었다는 통계를 보며 기획재정부는 난감해했다.
흥미로운 건 줄어든 소비량이 정상 휘발유 판매 증가량(9만6990㎘)의 약 71%에 다다른다는 점이다. 지식경제부는 이 점을 들어 "불법 유통의 감소량만큼 휘발유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재정부가 보는 시선은 조금 다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요사이 휘발유 사용량을 보면, 가격 탄력성이 아주 떨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휘발유는 사실상 가격의 수요 조절 기능이 먹히지 않는 상품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휘발유 값이 부담돼도 다른 부문의 소비를 줄이는 대신 차량 운행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유가 전망이 불투명하고, 소비량이 줄지 않는 걸 고려하면 유류세를 섣불리 내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비상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경우에도 선별적 인하가 이뤄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재정부는 유류세를 내려도 경차와 장애인의 이동을 위한 차량, 저소득층의 생계형 차량에 바우처를 주는 방식으로 선별적 인하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한국석유공사는 지난달 28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75달러 떨어진 121.81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관계자들은 미국의 내구재 주문이 급감했다는 소식에 경기 전망을 비관하는 사람이 늘어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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