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소셜믹스… 차별이냐 편리냐
통합 위한 ‘소셜믹스’… ‘갈등’만 낳았다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 서울 마포구에 들어서는 '메세나폴리스' 아파트에 들어서는 임대주택 주민들은 앞으로 별도의 엘리베이터를 통해 드나들어야 한다. 분양 아파트 입주민과 동선을 분리해 놓아서다. 또 임대 입주민은 가사도우미, 헬스케어, 택배보관 및 배달, 이사지원 등의 서비스에서 배제되고 공용 커뮤니티시설인 '자이안센터'도 출입할 수 없다.
소득 계층간 갈등확산을 방지하고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 도입한 '소셜믹스(Social Mix)'가 불러온 단면이다. 일반분양 입주민과 임대주택 입주민이 맞부딪히면 불편해할 수 있다고 보고 사업주가 동선과 서비스를 달리하도록 한 것이다.
소셜믹스 정책은 개발이익 환수 등의 차원에서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에 임대주택을 마련, 도심 등지에 저소득층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오히려 차별을 확대한다는 지적을 받는 처지가 됐다. 당초 정부가 꿈꾼 소셜믹스란 계층간 구별없이 동일한 환경과 권리를 보장받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양극화로 이어졌다. 이들간의 소득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다보니 이해관계로 인해 결국 대립으로 치달았다. 취지와 달리 현실에선 또다른 혼란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소셜믹스 정책이 수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셜믹스에 대한 '동상이몽'= 소셜믹스가 도입된 이후 갈등은 더욱 불거졌다. 서울에서 진행된 뉴타운 지구의 경우 개발 이전 가난한 동네에 살던 주민들과 수억원의 분양가를 내고 들어온 새 입주민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났다. 입주자대표회의와 임차인대표회의가 따로 구성되는가 하면 분리수거는 물론 아이들 통학길 조차 구분된 곳도 발생했다.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도로변에 배치된 3개동과 이외 나머지 동 사이에 펜스가 둘러쳐져 있다. 지금은 일부가 안쪽으로 열려 있지만 입주 초기인 2000년초에는 이동이 불가능했다. 단지내 상가를 이용하려면 개별 출구로 나가 먼 길을 돌아가야 했고 아이들은 눈 앞에 보이는 놀이터를 쳐다만 봐야했다. 3개동 입주민을 위해 조성된 지하 주차장은 협소했다. 접촉사고가 빈번한 것은 물론 출퇴근시 차를 빼달라는 고성도 자주 들렸다.
"덕분에 주차실력이 부쩍 늘었다"며 너스레를 떠는 이들은 임대주민이다. 이 지역에서 수십년간 살다 재개발한 아파트에 들어온 영세민이다. 입주 초기 도로변 3개동에 거주하는 이들은 '펜스'를 경계로 대형평형에 사는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았다. 임대민들의 강력한 항의로 펜스가 반으로 줄었지만 남아있는 부분은 '낙인'이 됐다.
강남구의 한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은 서울시의 '소셜믹스' 강화안에 치를 떨고 있다. 최근 이곳은 "임대주택을 저층 및 한 곳에 몰아넣었다"는 이유로 서울시로부터 재건축안에 대한 보류 판정을 받았다. 내가 힘들게 돈 벌어 만든 내집인데 임대민들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사는게 말이 안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곳 주민들은 "영세민과의 차별을 해소하고자 내놓은게 고작 역차별이다.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서울시에 항의하는 중이다.
◇제도로는 '화학적 결합'에 한계= 정부는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 주민 사이의 벽을 허물기 위해 2005년 분양과 임대를 섞어짓는 '소셜믹스'를 도입했다. 이후 판교신교시나 은평뉴타운, 장지지구 등에서 임대분양 혼합단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계획안은 분명하고 간단했다. 신규 택지개발사업지구의 계층 통합이 큰 골자로 주거동 내의 혼합이나 동별혼합, 1000가구 이상시 군집혼합 등으로 나눠 적용할 예정이었다. 건축계획 차원에서의 소셜믹스도 도입됐다. 설계 및 마감수준의 동일화를 바탕으로 주거지내 외형적 구별을 방지해 물리적 낙인과 배제현상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장은 뜻대로 받아주지 않았다. 통합이라는 큰 틀만 공개한 채 추가적인 법적지원 근거를 마련하지 않아 실효성이 문제로 떠올랐다. 서울시가 은평뉴타운에 분양과 임대를 혼합한 소셜믹스 단지를 조성했지만 양 계층간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문제는 분양과 임대주택간 공동주택 운영에 관한 법령체계가 이원화된데 있다. 혼합단지를 내놓았지만 분양주택 입주자대표와 임대주택의 임차인대표, SH공사가 각각의 의견을 달리할 경우 이를 중재할 법적 규정이 없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미흡한 대처에 팔을 걷고 나선 건 서울시다. 하지만 주택법이나 임대주택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놓은 '분양임대혼합단지 관리규약'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주거안정과 주민갈등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도 역차별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소형아파트 건립비율을 높이라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집주인들은 '재산권 침해, 집주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대규모 시위까지 준비 중이다.
◇'인식변화'가 열쇠.. 이익환수 방법 변화 모색도= 소셜믹스가 양산한 사회적 갈등에 대해 전문가들은 "법으로 해소할 수 없는 부분이며 서로간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기도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혼합단지 관리와 관련한 제도개선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임대주택의 경우 오래전부터 저소득층으로 낙인 찍힌데다 사회적 소외현상 역시 고착화된 이유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의 큰 비율차가 결국 차별과 임대단지 슬럼화를 양산하는 것"이라며 "각 주택에 대한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될 수도 있지만 사업성이라는 걸림돌이 있어 법령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설명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주택정책에 몸담았던 전직 고위관료는 "개발이익 환수를 통한 저소득층 지원방법을 소셜믹스가 아닌 다른 형태로 개선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개발이익과 기부채납분을 현금으로 걷어 별도의 부지에 임대주택을 건립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도 "임대주택과 소형주택 건설을 통해 개발이익의 일부를 환수하겠다는 기존 패러다임을 넘어선 방법이 제시돼야한다"며 "본인의 재산이 임대민에게 무상으로 지급되고 있다는 국민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